[증시 길라잡이]국내 증시, 추세 변화 논하기엔 시기상조

  • 입력 2007년 11월 17일 03시 01분


11월 들어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미국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관련 손실상각은 사실 지난여름의 신용경색 위기 때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금까지 해외의 8개 대형 은행이 손실 처리한 규모는 우리 돈으로 25조 원이다. 모두 200조 원 내외로 추정되는 손실 규모의 10% 정도만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다. 은행들마다 상각 비율이 천차만별이어서 과연 이것으로 끝난 것인지 불확실하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보험사, 상업은행 등의 손실상각이 줄을 이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 전체를 보면 다소 긍정적인 현상도 엿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면 주가가 업종의 구분 없이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연초보다 떨어진 업종은 금융주, 그리고 주택 관련 기업들이 편입된 내구소비재주 정도다.

나머지 업종은 대부분 10월까지 신고가 행진을 이어오다 이제야 고가 대비 2∼7% 정도 빠진 상황이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아직까지 경기침체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이머징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는 것도 아니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가운데 중국을 뺀 나머지 세 나라는 지난달 말 기록한 사상 최고치 수준에서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주가만 당국의 긴축강화 가능성으로 큰 폭의 하락세에 있다.

결국 아시아 증시의 11월 조정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촉매에 불과할 뿐 중국 주가의 조정에 따른 일시적 동조화가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국내 업종별 주가 흐름도 이를 대변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7% 하락하는 동안 중국 관련 업종 및 기타 주도 종목들이 맹폭을 당한 반면 정작 미국 경기나 해외 금융주 동향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여겨지던 정보기술(IT), 자동차, 은행 등은 오히려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국내외 시장 판도를 감안하면 현재의 국내 주가 조정은 미국이나 중국의 실물경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 증시는 2003년 이후 20% 정도의 조정을 세 차례나 충분히 소화해 낸 바 있는데 현재의 조정 폭은 7% 안팎에 불과해 이를 놓고 추세 변화를 거론하기는 이른 듯하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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