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는 한국 노동계의 최대 이슈다. 작년 11월 비정규직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7월 1일 시행에 들어갔지만 비정규직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10월 말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는 570만 3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의 545만7000명에 비해 4.5% 증가했다. 2003년 8월 460만6000명에 비해서는 23.8%(109만7000명) 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례는 있었다.
올해 3월 우리은행이 정규직 직원의 양보를 통해 비정규직 직원 3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방식은 업무에 따라 여러 개의 직군을 둬 다른 임금체제를 적용하는 방식이었다. 정규직으로 전환돼 고용을 보장받지만 임금에서는 정규직과 차이가 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이 실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작년 12월 노조의 양보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노조가 임금 동결에 동의하고 회사가 별도의 재정을 마련해 그 재원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 냈던 것이다. 다만, 최근에 우리은행 노조가 당시 동결했던 임금 인상분을 보전해 달고 요구해 양보 정신은 빛이 바랬다.
부산은행도 정규직 노조의 임금동결이라는 양보 속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위 직급을 새로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비정규직에 대한 승진 제한의 벽도 없어졌다.
보건의료 노사는 올해 7월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인상분의 약 30%를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임금인상률을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인상분의 일부를 비정규직에 나눠 주겠다는 의미였다. 사립대 병원은 정규직의 임금을 3.5% 인상하는 동시에 별도의 인상분 1.8%를 비정규직 해결용으로 내놓기로 했고, 국립대와 민간중소병원은 각각 1.5%와 1.3%를 내놓았다.
신세계그룹은 시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회사는 고용이 안정되면 퇴사율이 줄어들어 채용과 교육 훈련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무기(無期)계약직 방식을 택했다. 무기계약자로 전환하면서 복리후생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했다. 성과가 우수한 직원에게는 정규직으로 선발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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