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올해 유난히 조용했던 노사분규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1분


《올해 노사분규는 지난해에 비해 많이 줄었다.

거의 매년 노사분규를 겪었던 현대자동차도 분규 없이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파업 대신 노사화합을 선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처우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651개 사업장서 ‘노사화합’ 선언… 경쟁력 키우기에 노조 동참

○ 근로손실일수 63% 줄어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노사분규와 이에 따른 근로손실일수가 크게 줄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노사분규 발생건수는 8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5건에 비해 약 25%가 줄었다. 근로손실일수는 40만9682일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0만7957일에 비해 63%나 줄었다.

노사화합을 선언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3월 말 300여 곳이던 노사화합 선언 사업장 수는 10월 말 현재 651곳으로 늘었다.

GS칼텍스와 바스프는 올해 초 자발적으로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전자업계에서는 LG필립스LCD가 임금 동결에 합의했고 하이닉스반도체 노조는 3년 연속 임금 인상률을 회사 측에 위임했다. 철강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13년 연속 임금협상 무교섭 타결 기록을 세웠다.

코오롱 노조는 올해 임금 동결안을 회사 측에 제시하면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600여 기업은 ‘노사화합 선언’을 통해 더욱 경쟁력 있는 기업 만들기에 노조가 동참하고 있다.

반면 이랜드그룹의 비정규직 사태와 화물연대 파업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분야의 노사 관계는 불안하다.

○ 노사 관계의 흐름

국내 노동조합은 조직비율은 떨어지고 있으면서 산별노조 가입비율은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조합 조직률은 1989년 18.6%에서 2005년에는 10.3%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대신 산업별 협상은 늘어나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체 노조원의 90%가량이 기업별 노조였지만 지금은 60%로 줄었다. 그만큼 산업별 노조에 가입한 노조원은 늘었다. 산업별 노조보다는 기업별 노조가 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는 상반되는 현상이다.

노사 관계에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00년 이후 대기업과 공기업의 노사분규는 줄어들고 있지만 중소·영세기업, 특수고용, 비정규직의 노사분규는 늘어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가 노사 관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대 김동원(경영학) 교수는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등의 새 고용관계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대응이 부족하다”면서 “특히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한 해결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노사분규가 잠잠한 올해의 상황은 ‘잠복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남은 과제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비정규직 문제는 다시 한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는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되지만 내년 7월에는 100∼299인 기업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또 내후년에는 100인 미만 기업에도 적용된다.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도 노사가 원만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해 이 두 가지 문제를 2009년 말까지 유예하는 방식으로 발등의 불만 꺼 둔 상태다.

국내 최대 산별 노조인 금속노조가 내년에는 자동차 4사 등과 산별교섭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방침이어서 노사간의 갈등이 고조될 우려도 놓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시장을 인정하고 그 시장의 변화에 적응해야 노사관계도 건강하게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게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실사구시형 전략이 있어야 난제를 극복하고 상생의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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