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명품 선박을 납기일에 정확히 맞춰 보내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일부 선주사들은 직원복지기금으로 써 달라며 수만 달러씩을 쾌척하기도 했다.
주문한 배를 인도받으면 그만인 선주사들이 ‘감사편지’와 ‘금일봉’까지 보내며 국내 업체들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 조선업체에 쏟아지는 이 같은 찬사의 비결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연구개발(R&D)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꼽기도 한다.
노사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상생의 문화’야말로 세계 1위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 무분규 기록 세워 가는 국내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은 올해 3월 ‘노사공동선언’을 통해 “노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각각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기업 발전의 공동 주체로서 책임을 다해 다음 세대에도 희망이 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선포했다.
세계 조선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사는 직원들을, 직원들은 회사를 서로 챙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 같은 공감대는 기본급 인상보다는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중시하는 모범적인 임금협상으로 이어졌다.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본급 인상을 최소화하는 대신, 합심해 달성한 성과를 나누자는 것이다.
올해로 17년째 무분규 기록을 세운 대우조선해양 역시 노사 대표 간담회, 노사협의회, 노사관계개선위원회, 노사 기능별 협의회 등 상설 노사 협의기구 운영을 통해 공고한 노사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노조 대표가 임원 경영회의에 참석하는 등 회사의 경영 정보를 노조와 공유하고, 전 종업원이 생산계획 수립 및 실적 점검에 적극 참여해 서로에 대한 책임감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 직원 및 지역사회와 상생 추구하는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노조’가 없는 회사지만 노조가 있는 그 어느 회사도 부럽지 않다.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후생 정책을 펴고 있어 굳이 노조가 없어도 모자람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100만 평의 터에 1만5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일터로서뿐만 아니라 직원과 직원 가족들의 교육, 건강, 문화를 책임지는 ‘종합타운’ 기능을 한다.
삼성중공업은 이렇다 할 만한 문화, 체육시설이 없는 거제도의 지역적 낙후성을 감안해 1990년 10월 삼성문화관을 개관했다. 이곳에는 실내 체육관과 극장, 현대식 볼링장, 수영장, 음악감상실, 물리치료실 등 다양한 시설이 완비돼 있다. 또 매월 한 차례씩 국내 저명 인사들을 초빙해 ‘열린 강좌’를 진행함으로써 임직원들은 물론 거제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해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임직원의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중학생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을 돕기 위한 장학교실, 국내 최고 수준의 진단·치료 장비, 전문인력을 갖춘 건강증진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 ‘ 사람의 성장에 의한 사업의 성장’ 두산그룹
선박 엔진 등 조선 관련 핵심 기자재와 각종 플랜트 전문 업체인 두산중공업은 과거 ‘불편했던 노사 관계’를 딛고 ‘상생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다.
특히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메카텍 등 두산의 14개 계열사는 다양한 노사상생 프로그램을 가동해 협력적 노사 관계 구축에 성공하여 올해 전 계열사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두산의 상생경영 철학은 ‘사람의 성장에 의한 사업의 성장(Growth of People, Growth of Business)’이라는 회사 전략에 잘 녹아 들어가 있다. 직원을 중요시하고 가정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회사가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두산의 각 계열사는 신입사원의 부모님들에게 ‘지금까지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축하 카드와 꽃다발을 보내고, 가족들을 지방 공장으로 초청해 회사와 전 직원 그리고 가족들이 ‘공유하는 장(場)’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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