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도권 아파트 10곳 중 8곳꼴로 미분양

“분양가 상한제 기다려 보자” 비싼 곳 외면

미분양 아파트가 10만 채에 육박하면서 주택건설시장에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8월까지만 해도 지방에서 주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었지만 9월 들어서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건설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 등으로 실수요자들조차 ‘일단 기다려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 값이 매우 싸거나 개발 호재가 있지 않는 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 30곳 중 25곳 순위 내 청약 미달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등 수도권에서 분양된 30개 사업장 30곳 가운데 83%인 25곳은 순위 내 청약에서 미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는 10곳에서 새 아파트가 분양됐지만 재개발 사업장인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용두’(11.34 대 1)와 성북구 길음동 ‘두산위브’(9.08 대 1)를 빼고는 모두 미분양됐다.

중랑구 ‘묵동자이’와 마포구 신공덕동 ‘KCC 웰츠타워’, 서초구 방배동 ‘리첸시아 방배’ 등은 대형 건설사가 짓거나 입지 여건이 좋아 관심을 끌었지만 높은 분양가 때문에 청약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경기지역에서는 용인시 흥덕지구 내 2개 단지와 인근 죽전동 ‘월드메르디앙’이 인기를 끌었을 뿐 나머지 17곳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흥덕지구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지역보다 아파트 값이 싸게 나온 덕에 ‘한국아델리움’이 30.18 대 1, ‘호반베르디움’이 29.86 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월드메르디앙은 입지 여건이 워낙 좋아 순위 안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반면 고양시 수원시 안양시 등에서 나온 아파트는 총청약자가 10명이 채 안 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내년 상반기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 아파트가 나올 것으로 전망돼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은 아파트는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고 풀이했다.

○ 수도권 미분양 한 달 새 57% 증가

미분양 사태가 수도권으로 확산되면서 9월 이 지역의 미분양 물량은 한 달 전보다 57.1%나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인천은 소폭 줄었지만 경기는 3454채(77.6%) 늘어 전체적으로는 3320채 증가한 9137채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는 당장 이달 하순부터 고양시에서만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높은 1만1000여 채가 일시에 분양되는 데다 다음 달에도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된 물량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미분양 아파트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에서는 경기가 워낙 부진해 신규 분양 증가세는 한풀 꺾였지만 미분양 아파트는 꾸준히 늘고 있다. 9월 말 현재 8만9098채로 한 달 전보다 3201채(3.7%) 증가했다.

정부는 대한주택공사를 통해 내년까지 5000채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일 계획이지만 전체 미분양 규모를 감안하면 별다른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민간 펀드를 조성해 2만 채의 미분양 물량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민간이 지방의 미분양 물량에 선뜻 자금을 투입할지 의문인 데다 펀드 자체가 만들어질지도 확실치 않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지난달 수도권에 분양된 아파트 청약 결과
위치	아파트	건설사	면적(m²)	공급량(채)	청약접수(건)
서울 강남구 도곡동	리슈빌파크	계룡건설	280∼287	32	12
서울 강동구 암사동*	한솔솔파크	한솔건설	105∼106	67	76
서울 구로구 구로동*	우성에비뉴	우성산업개발	104	22	28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용두	삼성물산 건설부문	79∼150	278	3153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KCC웰츠타워	KCC건설	133∼149	121	78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서부인터빌	서부종합건설	97∼107	55	16
서울 서초구 방배동	리첸시아방배	금호건설	138∼312	79	16
서울 성북구 길음동	두산위브	두산건설	84∼146	126	1126
서울 중랑구 묵동	자이	GS건설	132∼300	411	94
서울 중랑구 중화동	동양엔파트	동양메이저건설	103,104	103	14
경기 고양시 고양동	우방유쉘	씨앤우방	81∼112	26	7
경기 군포시 금정동	상훈아파트	상훈건설	110,154	61	4
경기 부천시 송내동	우방유쉘	C&우방ENC	111	142	16
경기 성남시 태평동*	신세계쉐던	신세계건설	107∼234	182	184
경기 수원시 곡반정동	피오레	대주건설	107∼111	196	78
경기 수원시 세류동	권선데시앙	태영	111∼150	222	141
경기 수원시 인계동	꿈에그린 파크	한화건설	152∼179	212	4
경기 안양시 만안구	빌로채	에코솔루션	109	57	9
경기 용인시 죽전동	월드메르디앙	월드건설	150∼184	104	190
경기 용인시 이동면	금광베네스타	금광기업	111	346	90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	호반베르디움	호반건설	158	236	6837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	한국아델리움	한국건설	112∼113	413	1만2463
경기 화성시 남양지구	우림필유	우림건설	106∼127	343	146
경기 남양주시 진접지구	원일 플로라	원일종합건설	144∼155	230	71
경기 부천시 원종동	다우로얄팰리스	다우건설	89∼108	23	9
경기 양주시 고읍지구	한양 수자인	한양건설	125∼185	432	406
경기 양주시 고읍지구	한양 수자인	한양건설	109∼149	595	230
경기 양주시 고읍지구	우남 퍼스트빌	우남건설	111∼113	372	160
경기 양주시 고읍지구	우미 린	우미건설	110∼112	513	101
경기 평택시 송화리	늘푸른오스카빌	늘푸른오스카빌	189∼329	175	29
* 표시가 있는 곳은 청약접수 건수는 공급량보다 많지만 주택형별로 미분양이 생긴 곳임. 자료: 금융결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