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은행권에서 증시로 대거 이동하면서 은행들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를 넘어 서민 가계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이 한국은행의 지급준비금(시중은행의 예금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것)을 마감일까지 마련하지 못해 한은으로부터 8000억 원을 긴급 지원받은 사례는 은행들의 ‘돈 부족’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본보 15일자 B4면 참조
국민은행은 CD와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 왔으나 유동성 예측이 틀려 일시적으로 자금 수급에 차질을 빚었다. 국민은행의 은행채 잔액은 올해 초 23조6500억 원에서 10월 말 31조2153억 원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CD 잔액도 11조1872억 원에서 17조9839억 원으로 늘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금을 유치하는 데 드는 경비와 예금보험료 등을 감안하면 정기예금 금리를 높이는 것보다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편이 비용이 덜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CD와 은행채 발행에 드는 비용이 늘어 자금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행의 시장성 수신 비중이 8월 말 27.3%로 지난해 말보다 4.2%포인트 올라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CD 발행 증가는 CD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87∼8.02%로 8%대에 진입하며 지난 주초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각각 0.03%포인트 올라 연 6.28∼7.78%, 6.38∼7.78%를 나타냈다.
한재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성 수신에 의존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질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은행들이 대출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국민은행의 은행채 및 양도성예금증서 발행 잔액(단위: 원) | ||
은행채 | 양도성 예금증서 | |
2007년 2월 말 | 24조7256억 | 10조9354억 |
2007년 4월 말 | 26조9587억 | 12조5840억 |
2007년 6월 말 | 28조551억 | 15조4338억 |
2007년 8월 말 | 29조648억 | 17조4350억 |
2007년 10월 말 | 31조2153억 | 17조9839억 |
자료: 국민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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