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일시적 ‘유동성 위기’ 우려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8분


시중자금 증시로 대거 이동…“돈이 말랐다”

시중자금이 은행권에서 증시로 대거 이동하면서 은행들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를 넘어 서민 가계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이 한국은행의 지급준비금(시중은행의 예금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것)을 마감일까지 마련하지 못해 한은으로부터 8000억 원을 긴급 지원받은 사례는 은행들의 ‘돈 부족’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본보 15일자 B4면 참조

▶은행들 ‘빈 곳간 채우기’ 비상

국민은행은 CD와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 왔으나 유동성 예측이 틀려 일시적으로 자금 수급에 차질을 빚었다. 국민은행의 은행채 잔액은 올해 초 23조6500억 원에서 10월 말 31조2153억 원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CD 잔액도 11조1872억 원에서 17조9839억 원으로 늘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금을 유치하는 데 드는 경비와 예금보험료 등을 감안하면 정기예금 금리를 높이는 것보다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편이 비용이 덜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CD와 은행채 발행에 드는 비용이 늘어 자금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행의 시장성 수신 비중이 8월 말 27.3%로 지난해 말보다 4.2%포인트 올라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CD 발행 증가는 CD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87∼8.02%로 8%대에 진입하며 지난 주초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각각 0.03%포인트 올라 연 6.28∼7.78%, 6.38∼7.78%를 나타냈다.

한재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성 수신에 의존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질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은행들이 대출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국민은행의 은행채 및 양도성예금증서 발행 잔액(단위: 원)
은행채 양도성 예금증서
2007년 2월 말24조7256억10조9354억
2007년 4월 말26조9587억12조5840억
2007년 6월 말28조551억15조4338억
2007년 8월 말29조648억17조4350억
2007년 10월 말31조2153억17조9839억
자료: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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