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CEO “1년 더 계속… 아직 최악 안겪었다”
美 모기지 금리 변동 집중 내년 2분기가 고비될 듯
“아직 최악의 상황을 겪지 않았다(We have not seen the bottom).”
세계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의 존 테인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 시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6개월에서 1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며 ‘바닥’이 아직 오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다음 날인 15일 미국 뉴욕 증시는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즈의 부실자산 상각 소식에 하락했고 이 여파는 16일 아시아 증시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 다양한 가면 뒤에 숨은 서브프라임 부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가 글로벌 증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올해 3월 대부업체인 뉴 센추리 파이낸셜이 84억 달러(약 7조5600억 원)의 환매 요구액을 갚지 못해 파산을 선언하면서부터. 이후 대부업체의 파산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대부업체들의 피해로만 끝나지 않았다. 6월에는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가 청산 위기를 맞았고 8월에는 프랑스의 BNP파리바가 관련 펀드의 환매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9월 이후에도 메릴린치, 씨티, 바클레이즈 등 대형 금융사의 부실자산 상각이 이어졌다. 이때마다 가까스로 안정을 찾는 듯했던 글로벌 증시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한 채권을 금융회사들이 각종 파생상품으로 만든 뒤 전 세계로 퍼뜨려 ‘누가,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알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 이유다.
○미국 경기 위축과 연결돼
고비는 내년 상반기다. 통상 30년 만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가 대개 2년간인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바뀌는 시기가 내년 2분기(4∼6월)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변동금리로 금리가 올라가면 채무 불이행이 늘어나 금융회사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미국 경기를 위축시켜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소비 위축과 서브프라임 부실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미국 은행들이 방만하게 돈을 빌려 주는 바람에 소비가 크게 늘었지만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에는 미국 경기의 경착륙설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중국 등 최근 급성장한 이머징 증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동수 연구원은 “이익이 난 곳에서 돈을 빼 손실을 메우는 것은 금융시장의 기본 원리”라며 “앞으로 손실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악재가 생기면 투자자는 이머징 마켓에서 돈을 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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