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1980년대 초 세계도시박람회 개최를 위해 ‘미래형 도시’로 계획한 곳이다.
그러나 세계도시박람회 유치 계획이 무산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지은 ‘오다이바’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젊은이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명소로 변모했다.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꽤 인기있는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비전’ 없던 오다이바가 이처럼 활기를 찾은 데는 ‘메가웹’이라는 ‘놀이터’가 한몫 톡톡히 했다. 메가웹은 1999년 개장한 도요타의 ‘자동차 테마파크’다.
5층 높이에 연면적 7만9000m²인 이곳은 자동차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동차 박물관이면서,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눈높이 놀이터’다. 한 해 방문객이 570만 명이라고 하니 한국의 유명한 테마파크 못지않다.
물론 도요타는 시민들에게 근사한 놀이터를 제공하는 데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도요타가 생산하는 80여 개의 차종을 모두 가져다 놓고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자유로운 시승 기회를 제공하며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도요타는 ‘위력적인 광고 수단’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윈윈’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도요타가 순수 건축비만 1200억 원, 해마다 1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돈을 들이면서 이 같은 놀이터를 운영하게 된 배경이다.
도요타는 1990년대 후반, 당시 젊은 세대에게 별로 인기가 없었다. ‘도요타=중장년층에 어울리는 차’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강해 젊은이들은 도요타를 선택하기 꺼렸다.
메가웹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잃어 가고 있는 도요타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그 답을 이곳에서 찾은 것이다.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격을 낮추거나, 새 모델을 출시하거나,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붓거나….
하지만 도요타는 기존 마케팅 기법을 한 단계 넘어섰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잖아 보인다.
도쿄=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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