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성 교수의 소비일기]판매원의 솔직한 조언에…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별로 꾸미지도 않던 친구가 눈 화장을 예쁘게 하고 나타났습니다. 산뜻해 보이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혹시 나도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친구에게 ‘화장하기 어렵지 않으냐’고 물으니 새로 나온 상품이라 정말 간단하다고, “너 같은 문외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적극 추천하더군요. “우리 나이에 이런 노력도 안 하면 아주 게으른 거”라고 친절한 조언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래, 이번 기회에 나도 뭔가 해보자는 마음으로 친구가 소개한 브랜드를 찾아 나섰습니다.

언제나 낯설어 보이던 화장품 매장의 높은 의자에 앉아 그 상품에 대해 물었습니다. 우선 한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 뒤 “다른 상품보다 아주 쉽다고 하던데 정말 그러냐”고 물었지요. 아가씨의 답이 재미있습니다. 간단하긴 하지만 사실 처음에는 조금 힘들 거랍니다.

또 질문했습니다. “다른 상품들은 많이 번지지만 이건 그렇지 않다던데요”라고 하니 꼭 번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물론 다른 것보다는 낫지만 결국 오후가 되면 번지게 된다고 합니다.

아가씨의 대답이 점점 더 마음에 듭니다. 이번엔 아가씨가 되묻습니다.

“아침에 많이 바쁘신가요?”

“예, 항상 서둘러야 해요.”

아가씨는 아예 “그럼 이걸 하시기는 좀 힘드시겠네요”라고 합니다.

제가 다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지요.

“그럼 결국 사지 말라는 얘기네요?”

“예, 손님께는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와, 정말 흐뭇해집니다. 세상에, 이렇게 말하는 매장의 아가씨는 처음 만났네요.

매장 판매원의 추천으로 화장품을 사게 될 때는 혹시 팔려는 의도로 과장하지는 않았을까 싶어 어쩐지 꺼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옷을 고를 때면 언제나 어떤 것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고 해서 오히려 그 진의를 의심하게 될 때가 적지 않았는데….

아가씨가 어찌나 믿음직스럽고 예뻐 보이는지,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을 잔뜩 늘어놓았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며 결국 이것저것 잔뜩 사가지고 돌아왔지만 성의껏 진심으로 대해주는 판매원을 만나 정말 기분 좋았던 날입니다.

여정성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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