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화장하기 어렵지 않으냐’고 물으니 새로 나온 상품이라 정말 간단하다고, “너 같은 문외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적극 추천하더군요. “우리 나이에 이런 노력도 안 하면 아주 게으른 거”라고 친절한 조언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래, 이번 기회에 나도 뭔가 해보자는 마음으로 친구가 소개한 브랜드를 찾아 나섰습니다.
언제나 낯설어 보이던 화장품 매장의 높은 의자에 앉아 그 상품에 대해 물었습니다. 우선 한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 뒤 “다른 상품보다 아주 쉽다고 하던데 정말 그러냐”고 물었지요. 아가씨의 답이 재미있습니다. 간단하긴 하지만 사실 처음에는 조금 힘들 거랍니다.
또 질문했습니다. “다른 상품들은 많이 번지지만 이건 그렇지 않다던데요”라고 하니 꼭 번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물론 다른 것보다는 낫지만 결국 오후가 되면 번지게 된다고 합니다.
아가씨의 대답이 점점 더 마음에 듭니다. 이번엔 아가씨가 되묻습니다.
“아침에 많이 바쁘신가요?”
“예, 항상 서둘러야 해요.”
아가씨는 아예 “그럼 이걸 하시기는 좀 힘드시겠네요”라고 합니다.
제가 다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지요.
“그럼 결국 사지 말라는 얘기네요?”
“예, 손님께는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와, 정말 흐뭇해집니다. 세상에, 이렇게 말하는 매장의 아가씨는 처음 만났네요.
매장 판매원의 추천으로 화장품을 사게 될 때는 혹시 팔려는 의도로 과장하지는 않았을까 싶어 어쩐지 꺼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옷을 고를 때면 언제나 어떤 것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고 해서 오히려 그 진의를 의심하게 될 때가 적지 않았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며 결국 이것저것 잔뜩 사가지고 돌아왔지만 성의껏 진심으로 대해주는 판매원을 만나 정말 기분 좋았던 날입니다.
여정성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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