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돈 빌리기 더 어려워진다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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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따라 대출조건 차등’ 신BIS협약 내년부터 적용

경기 김포시의 페인트제조업체인 우진페인트 최강석 사장은 요즘 은행 대출금리 때문에 걱정이다.

최 사장은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데 신용도가 하위 등급인 CC라 연 8%대의 이자를 내고 있다”며 “내년에는 은행에서 신용에 따라 대출 제한을 한다고 하니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중소기업들이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더 까다로워진다.

신BIS협약(바젤2)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국제기준에 맞춰 신용 등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바젤2는 국내 은행들의 자산 및 신용관리 패러다임을 바꿔 놓는 효과가 크지만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국제기준

국제결제은행(BIS)이 1988년 각국 은행의 안정성을 위해 최소 자기자본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마련한 게 현재의 BIS협약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은행은 위험가중자산(대출금)에 대해 최소 8% 이상의 자기자본이 있어야 한다. 100원을 대출해 줄 때 최소 8원은 자기 돈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신용에 상관없이 초우량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모든 기업 대출금은 일률적으로 위험가중자산이 100%로 잡힌다. 100원을 빌려 주면 100원이 위험가중자산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BIS협약에서는 차주(借主)의 신용도에 따라 위험가중치가 차등 적용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은 위험가중치 20%가 적용되고, 불량 기업은 150%가 적용될 수 있다.

은행은 BIS비율을 높이려면 우량 고객에게 대출해 주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나 개인은 돈을 빌리기가 힘들어지거나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한다.

○ 기업금융 시장 위축될 듯

최근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규제 방안을 잇달아 내놓는 가운데 바젤2가 도입되면 기업금융 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 변현수 수석연구원은 “은행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돼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될 것”이라며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은 차입 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기업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내년 기업금융 규모는 174조 원으로 올해(190조 원)보다 16조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개인들도 우량 고객은 좋은 대접을 받는 반면 불량 고객은 은행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 서유정 과장은 “연체율이 높거나 신용이 나쁜 개인들은 은행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젤2 도입은 은행권 전체로는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고도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한 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상승해 적극적인 자금 운영이 가능하지만 리스크 관리가 미숙한 은행은 영업이 위축돼 은행 간 경쟁력 격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 리스크캐피탈부 한종환 팀장은 “갑자기 모든 게 바뀌는 것은 아니고 대출 절차와 금액이 좀 더 세분되고 까다로워지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BIS협약

국제결제은행(BIS)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2004년 제정한 각국 은행의 리스크 관리 국제기준. ‘바젤2’로도 불리며 은행의 리스크 관리 선진화와 자본 충실화를 유도하기 위한 종합적인 자본규제 제도로 국내 은행은 내년부터 이 기준에 따라야 한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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