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본동 서민임대아파트 조경 대상 수상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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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단지 내 분위기가 환해져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다소 어려운 아파트 주민들이 힘을 모아 주거환경을 새롭게 꾸며 대구시가 수여하는 조경상 경쟁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구 달서구 본동주공아파트는 최근 대구시 조경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12월 중순 상을 받을 예정이다.

단지 내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고 자연 친화적으로 꾸며진 이 아파트는 뛰어난 조경을 갖춘 것으로 평가돼 경쟁 후보인 대구 시내 유명 아파트를 제쳤다.

현재 차상위 계층 주민과 혼자 사는 노인 등 1234가구, 400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영구임대아파트는 주택관리공단 대구경북지사가 관리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은 지 15년이 지나 시설물이 낡아 입주자들이 수년째 크고 작은 불편을 겪어 왔으나 전체 주민의 60%가 70세 이상의 고령인 데다 형편이 어려워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벌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에 올해 3월 아파트 부녀회 등 주민 20여 명과 관리사무소 직원 10명 등 30여 명이 힘을 모아 단지 내 분위기를 바꾸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우선 아파트 곳곳에 심어져 있는 수목의 가지를 잘라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어 단지 내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지역 사회복지관 등으로부터 화분을 무상 지원받아 화단도 조성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주거환경 개선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난관에 부닥치자 시름에 잠겼다.

이때 대한주택공사와 주택관리공단이 이곳 주민들의 노력과 의지를 높이 평가해 사업비 1억 원을 지원했다.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후 이들은 아파트를 몰라보게 바꿔 놓았다.

현재 아파트단지 입구 빈터는 물레방아와 분수대, 꽃동산, 벤치 등이 설치돼 주민들의 휴식처로 바뀌었다.

부근 학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모으는 집수정의 지붕도 초가로 단장해 관상용 표주박과 수세미 등이 자라도록 했다.

특히 단지 입구 빈터에 바나나 나무를 심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고 주민들이 운영하는 텃밭도 만들었다.

이 텃밭에서는 아파트 8개동 주민들이 동별로 고추와 가지, 콩 등을 직접 재배해 나눠 먹고 있다.

주민 박귀연(58·여) 씨는 “텃밭에서 키운 고추를 벌써 3번이나 수확해 함께 나눠 먹으며 주민들과 이웃의 정을 다졌다”며 “우리 아파트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단지 내 오래된 놀이터와 가로등 등의 시설도 모두 최신형으로 교체되고 방범용 카메라도 설치됐다.

이 아파트 윤형탁 관리소장은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게 돼 그동안 주민들과 함께 땀 흘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부족한 아파트 시설을 찾아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노인회장인 김한만(73) 씨는 “우중충하기만 했던 우리 아파트가 이렇게 바뀔 줄 몰랐다”며 “지금까지 고생한 주민,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잔치라도 벌이고 싶다”며 웃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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