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2008 경영’ 나침반이 없다

  • 입력 2007년 11월 24일 03시 03분


○ 내년 사업계획 모르쇠 일관

은행들은 매년 11월 말∼12월 초에 다음 해 사업계획을 확정하지만 올해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는 것과 ‘목표 성장률을 낮출 것’이라는 점에는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다.

우선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내년 4월로 예정된 4단계 방카쉬랑스 시행을 비롯해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완화 여부, 부동산 정책 등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은행들은 특히 자금 조달 여건이 올해도 힘들었지만 내년엔 더 악화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예금이 증시로 빠져나가면서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해 대출 수요를 충당해 왔지만 내년에 은행채 발행이 신고제로 바뀌고 감독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 그마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내년 금융시장 상황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자 은행들은 목표 성장률을 올해보다 대폭 낮출 태세다.

최상운 신한은행 전략기획담당 부행장은 “지난해보다 목표를 낮게 잡을 계획”이라며 “그 대신 당장 수익에 도움이 안 되더라도 차기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투자은행(IB)과 해외영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소액 신용대출로 활로 찾기

예금은 은행들이 내년의 각종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실탄’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리를 더 주거나 특색 있는 상품을 개발해 적정 수준의 예금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대출이 줄어드는 추세인 점을 감안해 개인 대상의 소액 신용대출에 적극 나서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차기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지동현 국민은행연구소장은 “최근 3년처럼 국내 은행이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는 다시 오기 힘들 것”이라며 “내년에는 은행들이 소액 신용대출 등으로 활로를 찾겠지만 개인이 은행을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수익은 올해 수준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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