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에 대한 르노삼성자동차 직원들의 대답은 이처럼 한결같다.
한국 프랑스 일본의 기업문화가 르노삼성차라는 ‘용광로’에서 녹아, 하나이면서 세 가지 색깔을 내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기업문화는 지금도 융합해 가는 ‘현재진행형’이라고도 했다.
올해로 창립 12년, 르노그룹에 인수된 지는 7년 5개월로 자동차회사로는 역사가 매우 짧아 새롭고 발전적인 기업문화를 능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의 역동성과 로열티, 프랑스의 자유와 합리주의, 일본의 장인정신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르노삼성차만의 기업문화가 어떤 색깔이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1] “경쟁할 건 경쟁하고, 배울 건 배우고”
2001년 7월, 르노-닛산얼라이언스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뒤 맞은 첫 번째 여름.
당시 제롬 스톨 사장을 비롯한 프랑스 임원진이 최장 1개월에 이르는 여름휴가 계획을 짜는 것을 보고 한국 임원들은 깜짝 놀랐다.
휴가를 쓰지 않고 일에 매달리는 것을 내심 자랑스럽게 여기던 한국인 임원들도 어쩔 수 없이 할당된 휴가를 모두 쓰기 시작했다. 직원들도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이후 업무 공백은커녕 생산성과 자동차 생산량이 오히려 높아졌다.
영업사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도 연간 한두 대의 자동차를 의무적으로 팔아야 했지만, 르노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이 제도는 없어졌다.
이전에는 술자리가 있으면 2, 3차로 길게 이어졌고, 주말이면 골프를 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르노가 인수한 이후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한다. 일 때문에 개인 생활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프랑스 경영진의 인생관 때문이란다.
평일에 술 마시고 밤늦게 귀가하거나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 않는 한국의 문화를 처음에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프랑스 경영진이 르노삼성차에서 배운 것도 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업무 방식을 고집했지만, 지금은 삼성의 치밀하고 로열티(충성심) 높은 조직문화를 배워 프랑스 본사에까지 전파하고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의 기업문화와 회사에 ‘다걸기(올인)’하는 한국의 기업문화가 섞이면서 개인 생활을 중시하면서도 가족적인 회사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정국(39) 르노삼성차 인력운영팀장은 “한국 프랑스 일본 문화의 경쟁을 통해 가장 좋은 방식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앞선 생각과 행동’ ‘세련됨’ ‘신뢰’라는 3가지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우리는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 매년 11월 80여 개 항목으로 직장 생활 평가
2001년부터 전 사원을 대상으로 한 업무만족도 평가 조사제도가 도입돼 매년 11월이면 사원들이 무기명으로 80여 개 항목에 걸쳐 직장 생활을 평가한다.
처음에 직원들은 ‘괜한 일 하는 것 아닌가’ 했고, 부장급 이상 간부들은 평가 결과에 신경을 쓰면서 이 제도를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불합리한 점들이 실제로 개선되기 시작하자 상하 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가 됐다.
르노삼성차에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녹아들어 있다. 의사결정도 명쾌하다. 주로 영어로 소통하기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지 않고 항상 해야 할 말만 하고 의사표현을 명확히 한다.
르노삼성차 직원들은 “세계에서 영어를 가장 못하는 3개 민족이 모여, 영어로 회의를 하기 때문에 회의 시간이 짧고 명료하다”고 웃으며 말한다.
주요 경영진이 모두 외국인이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 청탁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영도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투명하게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 때문에 르노 인수 초기에는 각종 외부 단체의 협찬 요청 등을 모두 거절해 갈등이 많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이런 불합리한 요구가 아예 없어져 일하기 편해졌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3] 시련이 가르쳐 준 열정
르노삼성차의 전신은 삼성자동차다. 삼성그룹이 의욕적으로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지만 첫 차의 생산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았다.
삼성차는 1998년 3월 SM5를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곧바로 구조조정의 격랑에 휩쓸렸다. 1999년에는 ‘빅딜’의 일환으로 대우차와 삼성차 합병이 발표되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이어 몇 차례 생산이 중단되면서 계약 취소가 줄을 이었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러다간 공중분해되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직원들을 엄습했다.
다행히 2000년 7월 르노그룹이 전격 인수하면서 삼성차는 르노삼성차로 기사회생한다. 르노삼성차는 이 같은 쓰라린 경험을 통해 경영진부터 일선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뼛속 깊이 배어 있다. 임직원들이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진지하고 열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르노삼성차의 자동차가 높은 품질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임직원들의 일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많다. 시련이 성공의 발판이 된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 비교적 순항해 온 르노삼성차는 수입차 비중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경쟁자와 더욱 불꽃 튀는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생산시설, 주요 의사결정을 르노그룹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르노삼성차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 르노삼성의 자랑 ‘직원 복지’
매년 28~43일 휴가… 치과 치료비 지원…
“추석을 맞아 9일 휴가를 드립니다. 가족과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리세요.”
장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올해 9월 추석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e카드를 보냈다.
르노삼성차의 직원이라면 매년 법적 휴가기간 15∼25일 이외에도 7∼12일의 프리미엄 휴가제를 사용할 수 있다. 여름휴가 4일, 창립기념일과 사원대표위원회 창립일 등 6일이 추가되기도 한다. 근속 연수에 따라 매년 28∼43일 휴가가 주어진다.
르노삼성차는 직원의 노동과 여가의 균형을 맞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휴(休) 경영’을 실시했다.
전미순 르노삼성차 주부 홍보사원은 ‘임직원 자녀를 위한 영어 캠프’를 회사의 자랑으로 꼽는다.
전 씨는 “올여름 초등학교 4학년생 딸을 4박 5일간 무료로 영어 캠프에 보냈다”며 “이 회사 직원인 남편 덕에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했다. 전 씨의 딸은 벌써부터 겨울방학 영어 캠프를 기다리고 있다.
가족을 위한 의료비 지원제도도 빼놓을 수 없는 혜택이다. 르노삼성차는 직원, 직원의 배우자와 자녀가 지출한 의료비 중 100만 원 초과분부터 매년 전액을 지원한다.
‘치과 치료비 지원제도’,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대부제도’, ‘자녀 학자금 지원제도’ 등도 마련돼 있다.
르노삼성차 직원의 출퇴근, 점심시간은 특별하다. 틈새 시간을 활용해 회의실에서 토익, 비즈니스 회화, 실용영어 회화 등의 무료 강좌가 진행된다.
이 회사 홍보1팀에 근무하는 박해동 과장은 “집이 분당이라 출퇴근길에 영어학원 가는 게 쉽지 않은데 틈새 시간에 알차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어 하루가 뿌듯하다”고 말했다.
희망자를 대상으로 2주간 합숙 형태로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에서 진행되는 ‘영어 집중 프로그램’도 매년 4차례 실시된다.
이와 함께 르노그룹과 닛산그룹에 직원을 파견해 선진 기술을 트레이닝하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스쿨’도 자랑거리다. 엔지니어링과 같은 핵심 연구 인력들은 프랑스의 르노, 일본의 닛산에 파견돼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전문가들에게 기술 및 디자인 교육을 받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Q&A / 입사 뒤 부산서만 일하나요?
연구-생산기술 분야 외엔
지방 근무할 가능성 적어
직급별 연봉 | |
직급 | 연봉(원) |
임원 | 1억∼수억 |
부장 | 6500만∼8000만 |
차장 | 5500만∼7000만 |
과장 | 5000만∼6100만 |
대리 | 4400만∼5300만 |
사원 | 3400만∼4300만 |
고정급과 성과급 포함. 복리후생비 등은 제외. 차장 부장 임원 직급은 연봉정보사이트 자료를 토대로 추정. 자료: 르노삼성자동차 |
취업 사이트 및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르노삼성자동차에 대한 궁금증과 이에 대한 회사 측 답변을 소개한다.
Q. 르노삼성자동차의 인재상은….
A. 기본적인 어학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사람, 적극적이고 앞서 생각해 행동하는 사람, 성실하고 협조적이며 세련된 사람, 자신감 있고 신뢰를 주는 사람이다.
Q. 채용 절차는….
A. 서류전형-그룹 토론 및 프레젠테이션 면접과 영어 테스트-인성면접으로 진행된다. 그룹 토론 및 프레젠테이션 면접은 개인 발표 뒤 조원들 간의 토론 순으로 실시한다. 면접 직전에 주제를 알려 주고 30분의 준비 시간을 준다. 영어 테스트는 원어민 강사가 듣기, 말하기, 쓰기 영역별로 평가한다.
Q. 면접에서 중시하는 부분은….
A. 자동차 산업은 팀워크를 중시하므로 상대방 말을 경청하는지, 토론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끄는지, 조별 발표 시 발표를 맡지 않더라도 지원을 잘하는지를 살핀다.
Q. 해외 근무 기회는….
A. 직급에 무관하게 해외 근무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1년에 100명가량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동안 프랑스 파리 남부 테크니컬센터를 비롯한 해외 각 공장에 파견된다.
Q. 입사하면 부산 공장 근무를 해야 하는가.
A. 입사할 때 연구개발, 생산기술, 지원 부문으로 나눠 지원받으며, 지원 부문은 거의 모두 서울로 배치받는다. 연구개발, 생산기술을 지원하지 않으면 지방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적다. 부산, 경기 용인시 기흥, 서울의 근무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7 대 2 대 1이다.
Q. 입사 뒤 업무에서 영어, 프랑스어 등을 쓸 일이 많나.
A. 영어를 많이 쓴다. 프랑스어, 일본어는 거의 안 쓴다. 모든 문서는 기본적으로 영어로 작성해야 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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