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기업 제2부]<29>르노삼성…일도 즐겁다

  • 입력 2007년 11월 24일 03시 03분


근로자들이 일하고 싶은 공장으로 만들기 위해 공장 바닥, 기둥, 설비 색깔 선정에만 1년 동안 고민한 회사가 있다.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 내 르노삼성자동차 공장에 대한 첫 느낌은 자동차 공장 같지 않은 산뜻함과 쾌적함이었다.

흔히 공장 하면 떠오르는 우중충한 잿빛 바닥, 시끄러운 기계음 소리, 답답한 실내 공기가 아닌 아이보리색 바닥, 신나는 최신 가요, 환풍기에서 나오는 신선한 공기가 인상적이었다.

천장 지붕을 받치는 레몬색의 트러스, 아쿠아블루색 기둥, 채광을 위해 만들어 놓은 천장의 유리창은 공장 분위기를 더욱 환하게 했다.

[1] 르노그룹 주력 생산기지로

2000년 출범한 르노삼성차는 ‘한국의 자동차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각오로 세워진 회사답게 공장 설계 단계부터 공을 들였다.

아직 젊고 작은 기업이지만 출범 이후 단기간에 두꺼운 고객층을 확보한 르노삼성차는 이제 르노그룹의 주력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우수한 품질은 근로자 개개인에게 달렸다’는 철학 아래 근로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이날 공장에서는 기계음 사이로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렸다. 젊은 근로자가 대부분인 작업 현장에서 이들이 더욱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최신 가요를 틀어 준 것이다.

근로자를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은 공장 곳곳에 있는 화장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시간 일한 뒤 주어지는 10분간의 달콤한 휴식시간을 화장실 다녀오는 데 다 쓰지 않도록 동선(動線)까지 계산해 화장실을 배치했다.

부산공장 설계 책임자였던 이기인 생산1담당 이사는 “근로자의 편의를 위해 공장 중간에도 화장실을 설치했다”며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일터로 만들기 위해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 개선 제안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고 말했다.

쾌적한 환경만이 이 공장의 자랑거리는 아니다. 최첨단 선진 기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생산성도 높다.

최대 8가지 차종을 한 라인에서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IBS(Intelligent Building System)’, 32대의 로봇을 집중 배치해 작업의 집중성을 높인 ‘GRS(Grouping Robot System)’는 이 회사가 국내에서 처음 도입한 시스템이다.

[2] 5중 관리체계…5년 연속 품질 1위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생산 규모에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에 이은 국내 4위지만 내수 승용차 판매에서는 현대차, 기아차에 이어 3위다.

2000년 1만2360대였던 내수 판매는 2003년 11만249대, 지난해 11만9088대로 급증했다. 특히 SM5를 비롯해 SM3, SM7 등 제품의 라인업도 늘어나 고객의 선택폭도 확대됐다.

지난해 2월 SM3를 ‘알메라’와 ‘써니’라는 닛산 브랜드로 본격 수출하면서 2001년 140대에 그쳤던 수출은 지난해 4만1320대로 증가했다.

2001년 6만8679대였던 생산량은 지난해 16만1421대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8.5%나 됐다.

르노삼성차 측은 소비자들이 르노삼성차의 품질을 믿고 신뢰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빠른 성장세는 불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품질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르노그룹의 선진 기술과 한국인의 꼼꼼한 조립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2005년 4월 선보인 SM3는 일본에서 건너온 닛산 엔지니어들도 닛산의 베이스 모델보다 품질이 더 높아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르노삼성차는 국내 소비자조사 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가 매년 85만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만족도 조사에서 다른 경쟁사를 제치고 2003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부산공장은 작업자부터 검사원까지 단계별로 품질을 확인하는 ‘5중 품질체계’로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또 결함을 발견하는 즉시 라인을 멈추는 ‘라인스톱제’도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다.

장마리 위르티제 사장은 “비록 작은 기업이지만 직원들의 열의 및 효율성만큼은 최고로 주목받는 기업이고 싶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이달 19일 르노그룹의 첫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QM5를 세상에 공개하면서 다시 한 번 도약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위르티제 사장은 이날 2009년까지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 매년 4000억 원을 투자해 르노그룹의 아시아 허브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50만 평의 공장 용지 가운데 약 13만2000평을 차지하는 부산공장은 언제라도 한쪽 벽을 허물고 공장 설비를 증설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16만1421대였던 생산량을 2009년 30만 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실과 작업장 확장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3] “연간 생산량 60만∼70만 대로 늘려야”

야심작인 QM5는 전 세계 23개 르노그룹 공장 중 부산공장에서만 독자적으로 생산해 내년 5월부터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 6만5000대가량 수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르노삼성차가 르노그룹 내에서 좀 더 핵심적인 생산기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생산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커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근로자는 “고용 안정을 위해서라도 회사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세계 각국의 유수 자동차회사와 벌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연간 생산량을 60만∼70만 대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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