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는 고분양가’ 오피스텔의 사필귀정

  • 입력 2007년 11월 24일 03시 03분


분양 안되자 값 올리고 이름 바꿔 또 분양… 수요자들 외면

서울 여의도에서 분양 중인 한 오피스텔이 고분양가와 불법 시공 논란에 휩싸였다.

미분양된 오피스텔의 분양가를 매년 올려 재(再)분양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한편 오피스텔에 넣을 수 없는 욕조를 설치하는 등 불법 시공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앤리에셋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분양하고 있는 ‘여의도 파크센터’ 레지던스 오피스텔(100∼391m²·246실)은 2005년 첫 분양 때 ‘더 스위트’라는 이름으로 3.3m²(1평)당 2500만 원 안팎에 분양했다.

하지만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자 리앤리에셋은 이듬해인 2006년 이름을 ‘파크센터’로 바꾸고 재분양에 들어갔다. 가격은 3.3m²당 평균 3000만 원대로 오히려 더 비싸게 내놓았다.

그래도 분양에 실패하자 올해는 외국인에게 임대할 경우 1년 동안 월 800만∼3800만 원의 임대료 수입을 무조건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분양가를 3.3m²당 3500만∼4400만 원까지 끌어올렸다. 전용면적 비율이 72%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분양가는 3.3m²당 6100만∼6300만 원인 셈이다.

이는 SK건설이 인근에 짓고 있는 고급 오피스텔 ‘에스트레뉴’의 분양가(1500만∼2500만 원)보다 배 이상 높고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 가격과도 맞먹는다. 실제로 맨해튼 배터리파크에 있는 리츠칼턴 레지던스의 경우 전용면적 대비 실제 분양가가 3.3m²당 6000만∼6500만 원 수준이다.

업체 측은 “최고급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다 분양가 대비 연 9%의 임대 수익을 낼 수 있어 분양가가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과 룸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수백만 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미국 부동산 컨설팅전문업체인 K사 측은 “맨해튼에서도 연간 임대 수익률이 보통 5∼6% 선인데 국내에서 9%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분양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금융비용과 1년간의 확정 수익이 모두 분양가에 얹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건축법상 오피스텔 내에 욕조를 설치할 수 없음에도 안방 화장실에 욕조를 설치해 놨다. 파크센터 391m² 펜트하우스에는 수도꼭지를 금으로 도금한 대형 월풀 욕조가 놓여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수익을 내려면 그만큼 임대료를 높게 책정해야 하는데 자연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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