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글로벌 브랜드 가치 훼손”

  • 입력 2007년 11월 24일 03시 04분


삼성그룹은 23일 ‘삼성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극도로 말을 아끼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허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삼성 관계자는 “여야가 국회에서 특검 도입에 합의한 이상 이를 피할 길이 없지 않느냐”며 “근거 없는 의혹만을 이유로 민간기업에 대해 특검을 실시하면 기업 경영은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특히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합의한 삼성 특검법이 별다른 내용 수정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점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삼성의 한 임원은 “야당인 한나라당이 전날 재론을 하겠다고 나서 조금은 기대를 가졌는데 사실상 달라진 내용이 없다”며 “이번 특검법은 사실상 특정 기업의 모든 것을 다 파헤쳐 보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의 각 계열사는 이번 사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내년 경영공백 사태가 불가피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이달 말에 확정해야 할 새해 경영계획을 손도 못 대고 있고 연말연초 정기 인사 준비도 착수하지 못했다. 또 다음 달 1일 이건희 그룹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이해 그룹 경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보려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됐다.

해외에서는 삼성에 관한 부정적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어렵게 쌓아왔던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등 글로벌 경영도 곳곳에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삼성 측은 전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 1, 한국 총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이 경영에 차질을 빚으면 국내 경제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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