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법안이 규정한 수사 대상에 법원의 확정 판결로 종결됐거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거쳐 검찰이 장기간 수사하고 있는 사건 등이 포함돼 있어 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던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 발행, 증거조작, 증거인멸교사 등 삼성 지배권 승계를 위한 불법상속 의혹과 관련된 사건’으로 매우 포괄적이었다.
또 이 법안의 수사대상엔 △삼성이 소속 임직원들에게 불법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주체, 조성 방법, 규모 △삼성이 조성한 비자금을 임직원이 임의 사용한 사건 △비자금을 정치인 법조인 공무원 언론계 학계 등 사회 각 계층에 포괄적 뇌물을 제공한 사건 등도 포함돼 있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22일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 의혹’을 더해 수사 대상을 확장키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정성진 법무부 장관은 23일 법사위에 출석해 “법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이처럼 재판이 종결되고 확정된 사건, 대법원이 재판 중인 사건, 헌재의 판단까지 받아가며 검찰이 수년 째 수사하고 있는 사건을 특검이 수사하게 되면 헌법상 과잉금지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을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어 “특검제는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해야 하는데 (법안의 수사 대상은) 아직 혐의를 뒷받침할 자료가 충실히 제시되지 않아 의혹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법사위의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간사, 민노당 노회찬 의원이 회의를 통해 법안의 수사 대상 문구를 일부 수정했지만 법무부는 “별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의 수사 대상에 정 장관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했던 △2002년 대선자금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이 그대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 수사 대상에 들어간 ‘삼성의 지배권 승계와 관련된 수사 및 재판 과정에 있어서의 불법행위 의혹’은 너무 모호하고, ‘일체의 뇌물 등 금품제공 의혹’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게 법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중견 법조인은 “이번 법안처럼 수사 대상이 모호하거나 포괄적인 경우 정치적으로 보여 주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특검 수사의 실효성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