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가 2년 전 은행의 도움을 받아 소속 직원의 은행 계좌를 불법 열람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당시 경찰이 또 다른 불법 열람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려 했으나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비협조로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끝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05년 10월 당시 제일모직 과장이었던 조모 씨 계좌의 입출금 명세를 불법 조회한 우리은행 직원 3명과 제일모직 직원 2명을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당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에 있는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을 압수수색한 결과 우리은행 직원들은 2004년 1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조 씨의 계좌를 3차례 불법 조회했으며 이 자료를 조 씨의 동의 없이 제일모직 직원들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같은 기간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이 삼성 계열사 직원과 친인척 등의 명의로 된 734개의 계좌에 대해서도 3500차례 조회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해 5월 734개 계좌에 대한 조회의 불법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해당계좌에 대한 계좌추적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먼저 우리은행의 해명을 들으라며 영장을 기각했고, 경찰은 우리은행 관계자들을 소환하려고 했으나 우리은행이 응하지 않아 실패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계좌추적영장을 다시 신청했으나 영장은 기각됐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가 소수여서 3500건 모두 추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경찰은 3500건에 대한 계좌조사를 금감원에 의뢰했고 금감원은 우리은행 감사실로부터 ‘불법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통보받아 경찰에 전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원의 영장을 받아오거나 계좌가 유출된 피해자가 고발했다면 금감원이 검사에 나설 수 있었지만 어느 쪽도 아니어서 검사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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