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중국에서 운영해 온 휴대전화 제조 사업을 중단하고, 이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01년부터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선언하고 현지 진출을 공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SK그룹이 일부이기는 하나 신규 사업을 중국에서 철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신규 사업 철수는 처음
27일 중국 현지 소식통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중국 현지 휴대전화법인인 SK모바일 및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 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 공장을 중국 에너지 및 IT 기업인 ‘칭화둥팡(淸華東方)’에 넘기기로 하고 지난달부터 이를 위한 실사(實査)를 진행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실사 결과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SK모바일과 우루무치 공장의 매각이 완료될 것”이라며 “현지에서 근무 중인 SK와 팬택 직원 수십 명도 연말까지 철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모바일은 SK텔레콤이 중국 현지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휴대전화 생산을 목표로 자회사인 SK텔레텍을 통해 2004년 12월 설립한 휴대전화 제조 법인이다. SK모바일은 이듬해 4월 260억 원을 투자해 우루무치에 휴대전화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운영해 왔다.
SK텔레콤은 당초 이 공장에서 연간 25만 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해 중국, 동유럽 등 저가(低價) 휴대전화 시장의 생산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공식을 한 지 한 달 만인 2005년 5월 휴대전화 제조업체(SK텔레텍)를 팬택앤큐리텔에 매각하면서 SK모바일 운영에서 손을 뗄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SK그룹에 이 사업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SK텔레콤은 다시 SK모바일의 지분을 매입해 지금까지 이를 운영해 왔다.
○ SK “중국 사업 적극 추진 전략 변함 없어”
SK그룹과 팬택계열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이 공장에서 생산한 휴대전화를 중국 이동통신 기업인 차이나유니콤 등에 공급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으며, 팬택계열도 이 공장의 생산물량을 가져간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이 공장을 매각함에 따라 SK의 중국 사업에 기류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차이나유니콤의 2대 주주로 진입해 중국 3세대(3G) 휴대전화 사업 참여를 시도해 온 것뿐 아니라 SK그룹의 중국 진출을 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SK텔레텍 매각으로 SK그룹이 휴대전화 제조업을 중단한 상황에서 공장을 더 유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중국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SK그룹의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 매각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와 충분히 이야기가 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매각하더라도 인수 기업과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현지 정보통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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