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반복 수사 반대’ 의견도 부담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삼성 비자금 특검’을 수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특별수사·감찰본부(특본)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일단 검찰은 수사의 고삐를 조이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은 이날 참고인으로 소환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김용철 변호사를 밤 12시를 넘겨 늦게까지 조사했다. 김 변호사가 ‘삼성그룹이 비자금을 운용한 계좌’라며 공개한 김 변호사 명의의 은행 및 증권계좌 4개에 대한 계좌 추적도 시작했다.
검찰이 전날 출국금지 조치한 삼성 관계자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다음 달 4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이 의결 공포되면 특검 임명까지 최장 15일, 준비기간 20일이 걸린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은 더는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 결국 특본 수사는 ‘시한부’라는 한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특검 시작 시점’에 대해 검찰 내에서는 특검이 임명되고 수사팀 구성이 완료돼 실질적으로 수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의견과 특검법이 효력을 갖는 시점이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특본 관계자는 “사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상당 기간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다음 달 4일 특검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발효되면 특본이 더 수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1주일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특검법에 대해) 재의 요구를 하면 그 기간에 검찰 수사는 검찰 수사대로 진행되고 그 다음에 (특검이) 또다시 수사를 이어 받아서 해야 되는 이런 번거로움과 혼란이 있다”고 지적한 것도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같은 수사 대상을 검찰과 특검이 반복해서 수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뜻에 반해 계속 수사를 하는 것이 검찰로서는 부담이 된다.
한편 김 변호사는 그동안 검찰이 공개적으로 제출을 요구했던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은 이날 내지 않았다.
검찰은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이 방대하기 때문에 비자금 조성 의혹 등 시급히 증거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큰 의혹부터 수사하기로 하고, 김 변호사를 몇 차례 더 소환해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김수남 특본 차장은 “먼저 고발장에 드러난 계좌를 들여다보고 혐의점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삼성 측 핵심 관계자 소환 조사나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금감원, 우리銀 등 삼성계좌 검사 착수▼
금융감독원은 ‘삼성그룹이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과 관련해 해당 계좌가 개설된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두 금융회사에 26일 검사 인력을 파견했으며 1주일가량 검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검사는 계좌 개설자 본인이 직접 금융회사를 방문했는지를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은 김 변호사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보관하고 있지만 본인이 직접 지점을 방문했는지에 대해선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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