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특본·본부장 박한철 울산지검장)는 삼성그룹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120여 개 계좌에 대해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 추적을 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김수남 특본 차장은 “(삼성증권)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100여 개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해 오늘부터 계좌추적을 실시한다”며 “김용철 변호사가 (의혹을) 제기한 차명계좌 4개와 김 변호사 명의로 추가로 발견된 계좌 20여 개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본은 이번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계좌 가운데 10분의 1가량을 차명계좌로 보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이다.
특본이 의심하는 차명계좌에 대한 조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명의자가 퇴직했거나 사망했을 시에는 해당 계좌의 명의자가 복잡하게 바뀌는 과정을 추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차장은 “자금 추적은 이 수사의 기초공사다. 기초공사는 튼튼하게 해야 된다”며 “(의심 계좌에 비자금 조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 주인’을 부르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추가 소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한 특본은 최근 압수수색한 자료를 토대로 배호원(57) 삼성증권 사장 등 삼성증권 임원 14명의 컴퓨터 접속 기록도 분석하고 있다.
컴퓨터마다 할당된 인터넷 주소인 IP 추적을 통해 임원들의 컴퓨터 로그인 기록 및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웹사이트 접속 기록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이 차명계좌 운용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특본은 보고 있다.
그러나 특본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발행’ 등 삼성의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 수사에 대해서는 “기존의 검찰 방침을 바꿀 만한 새로운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 차장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특별검사법이 의결된 데 대해 “특검법이 무산되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냥 답답하다. (검사라면) 누구든 답답하지 않겠나”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