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경제]이런 흐름을 ‘국민 경제의 순환’이라 합니다

  • 입력 2007년 12월 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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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정환 정호 형제는 어려서부터 유달리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결국 형 정환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해 졸업 후 자동차 회사에 취직했고 동생 정호는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워 자동차 정비소를 차렸다.

정환은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 설계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최근에는 회사에서 생산하는 모든 차종의 엔진을 국내 기술로 개발해 내는 쾌거를 이뤘다. 정호 역시 자동차 수리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고 특유의 성실함과 정직함 덕택에 정호의 정비소는 차를 맡기러 오는 손님으로 붐볐다.

형제는 만나기만 하면 자동차를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자동차는 종합예술이야. 수많은 기계 부품이 조립돼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디자인하며….”

“갖가지 전자기기는 어떻고요. 오디오 시스템은 웬만한 가정용과 견줘도 손색이 없고 요즘은 내비게이션 등 첨단 전자제어기술이 자동차에 접목되잖아요.”

“그나저나, 정비소는 잘되니?”

“단골손님이 입소문을 잘 내줘서 바쁘게 돌아가고 있어요. 정비공도 2명이나 새로 뽑았어요.”

“그럼 장안의 돈을 네가 다 끌어 모은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보구나.”

정환은 동생의 정비소가 잘된다는 말을 듣고 은근히 기뻤다.

“그래도 부품 값 지불하고, 새 기계 사고, 가게 세 내고, 직원들 월급 주고, 세금 내고, 집에 생활비 주고 나면 남는 게 있나요?”

“그건 회사도 마찬가지야. 우리 회사도 자동차 팔아 번 돈으로 나 같은 직원들 인건비 주고, 자동차 원자재 구입비용 정산하고, 새로운 설비나 공장 증설에 투자하고, 연구개발비 지출하고, 각종 세금 납부하고….”

“하긴 형님이나 저나 그렇게 번 돈 가지고 아이들 공부 시키고, 의식주 문제 해결하고, 이렇게 술 한 잔하면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쓴 돈을 가지고 누군가는 우리 회사 차도 사 주고, 타고 다니다가 고장이 나면 네 정비소에 찾아가 고쳐 달라고 하겠지.”

“돌고 도는 게 돈이라고 하더니 따지고 보니까 저는 열심히 자동차 수리해 주고 수리비를 받고, 그 돈으로 여기저기 필요한 곳에 지출하고, 제가 지출한 돈으로 누군가가 또 제게 수리를 부탁하는 거네요.”

“그러고 보면 나라 경제가 잘된다는 것도 결국은 네가 말한 ‘돌고 도는 게 잘된다’는 뜻 아니겠니?”

정환이 말한 ‘돌고 도는 게 잘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해: 인간은 기본적인 욕구를 만족시키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한다. 여기서 정환의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자동차는 재화이고 정호가 제공하는 자동차 수리는 서비스에 해당한다.

나라 경제 전체로 보면 수많은 종류의 재화와 서비스가 끊임없이 생산된다.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원자재(자연자원), 노동력(인적자원), 기계 및 설비(자본재) 등이 필요한데, 이를 ‘생산요소’라고 한다.

기업들은 생산요소를 구입하여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판매 수입으로 다시 생산요소를 구입하여 재화와 서비스를 계속해서 생산한다.

기업들이 생산요소를 구입한다는 것은 생산요소를 제공한 사람들에게 그 대가를 지불한다는 말이다. 생산요소에 대한 대가는 그 사람들의 소득이 되고 사람들은 이 소득을 다시 각종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데 지출한다.

사람들이 소비에 지출한 돈은 다시 기업들이 새로운 생산요소를 구입하는 데 사용되고 이것은 다시 생산요소를 제공한 사람들의 소득으로 분배된다.

이처럼 나라 경제 전체로 볼 때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소득의 분배,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순환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국민 경제의 순환’이라고 한다.

나라 경제가 잘된다는 것은 결국 이런 국민 경제의 순환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가는 것을 말한다.

국민 경제의 순환적 흐름 속에서 일정 기간 한 나라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생산 측면)나, 그 생산 과정에서 생산요소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소득(분배 측면)이나, 그 소득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지출(지출 측면)은 결국 서로 같다고 볼 수 있다.

박형준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교육 전공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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