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는 당신에게 숨기는 게 많다. ○○보험은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관련한 비밀을 알려 주겠다는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이런 책들은 올해 1월 출간된 신시아 샤피로의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 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이란 책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 회사에서 금융회사로 소재만 바꾼 책을 내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을 느낀 것이다.
실제 연말 서점가에선 금융회사의 비밀이나 진실을 폭로하는 유형의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책들은 많은 독자가 모르고 있던 예외적 상황을 알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대안이 없다는 약점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금융회사에 대해 비난만 하고 ‘어떻게 하는 게 좋다’는 대안이 없다면 독자는 얼마나 허탈할 것인가.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는 식으로 쓴 책을 보면 ‘돼지저금통에만 저금하란 말인가’라는 생각까지 든다.
한 예를 들어 보자.
‘우체국보험은 전문성이 떨어져 가입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고 설명한 책이 있다.
과거 일부 사례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우체국보험은 넓은 점포망 덕분에 사업비가 적게 들어 보험료가 싸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감독체계 개편으로 서비스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간과한 채 ‘서비스의 질이 나쁘다’고 매도하기만 한다면 소비자의 선택 폭만 좁히게 된다.
동아일보 경제부 홍수용 기자가 쓴 ‘보험의 진실’(한스미디어·사진)은 비밀 폭로에 치중한 책들과 관점이 다른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저자는 “사람들이 보험에 속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다수가 합리적이라고 보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약간의 부조리를 덮어 주려는 보험업계 내부의 묵인 관계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밝힌다. 이어 △보험 가입 △보험 유지 △보험 해지 △재테크와 관련해 오해하고 있는 내용과 소비자의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책의 결론은 ‘그래도 보험은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 없는 비밀 폭로로 소비자가 금융회사에서 멀어져선 안 된다는 간절한 소망이 엿보인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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