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 인수’ 공시 진실게임 소동

  • 입력 2007년 12월 5일 04시 54분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계약과 관련해 계약 당사자인 AIG컨소시엄이 계약을 해놓고도 이 사실을 부인해 투자자들을 24시간 넘게 혼란에 빠뜨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SK텔레콤은 3일 오전 7시 14분 “AIG컨소시엄이 보유한 하나로텔레콤 주식 38.89%를 인수하기로 계약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은 3일 오후 5시 35분 “(대주주인) AIG컨소시엄으로부터 현재로서는 SK텔레콤과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을 통보받았다”며 계약 사실을 부인하는 공시를 냈다.

이때부터 투자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한 누리꾼은 3일 인터넷 게시판에 “개미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이런 기업을 믿고 어떻게 투자하겠느냐”며 황당해했다.

특히 이날 밤 ‘AIG컨소시엄이 뒤늦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제3의 인수 희망자와 재협상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면서 혼란은 더 커졌다.

인수 희망자 중 하나로 지목된 LG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3일 오후 9시경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협상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지금 시점에 (협상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혀 의구심을 샀다.

이 같은 상황은 4일 오후 6시경까지 계속됐다.

SK텔레콤은 “양측의 대표가 직접 서명한 계약서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하나로텔레콤은 “AIG컨소시엄에 재확인한 결과, 계약이 미체결 상태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반박해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이 같은 혼란은 결국 24시간이 넘게 지난 4일 오후 6시 반경 AIG컨소시엄이 SK텔레콤에 “계약대로 인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오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AIG컨소시엄은 SK텔레콤 측에 3일 무슨 이유로 미체결 공시를 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3일 저녁 공시에서 AIG컨소시엄이 사실과 다른 발표를 한 것과 하나로텔레콤이 잘못된 공시를 내보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데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유가증권 시장본부 김준헌 공시총괄팀 부장은 “계약 여부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공시한 기업은 허위 공시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양종인 연구위원도 “이는 극히 드문 사례”라며 “투자자들이 제대로 의사 결정을 못하게 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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