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사주간 타임은 과거 앨런 그린스펀 FRB 전 의장,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 3사람을 가리켜 ‘세상을 구한 위원회’ 멤버라고 극찬한 바 있다. 버냉키 의장과 폴슨 장관이 이들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격랑 속에서 미국 경제를 구해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최대 시험대에 오른 버냉키
벤 버냉키 FRB 의장 | |
나이 | 53세 |
학력 | 하버드대 졸업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
주요 경력 | 프린스턴대 교수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 |
헨리 폴슨 재무장관 | |
나이 | 61세 |
학력 | 다트머스대 졸업 하버드대 MBA |
주요 경력 |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책임자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
버냉키 의장은 매일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워싱턴의 FRB 사무실에 출근한다. 뉴욕 미 한국상공회의소 이병선 조사팀장은 “버냉키 의장이 하루 평균 12시간, 때로는 그 이상 일하고 있고, 매년 빠짐없이 가던 여름휴가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 이후 취소했으며, 평상시 직원들과 즐겨 하던 농구 경기도 그만둔 지 오래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2006년 2월 취임 이후 최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번 위기 대처 과정에서 첫 시험대는 9월 18일 FRB의 결정이었다. 당시 FRB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의 예상(0.25%포인트 인하)을 뛰어넘는 파격이었다.
이 결정을 하기에 앞서 버냉키 의장은 8월 9일부터 31일 사이에 무려 31차례 콘퍼런스 콜(전화를 통한 회의)을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합의 도출 과정을 중시하는 그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다양한 외부인사와도 의견을 교환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는 계속 교감을 유지했으며, 로버트 루빈(전 재무장관) 씨티그룹 회장, 루이스 라니에리 살로먼브러더스 전 부회장 등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조언을 구했다.
버냉키 의장은 첫 시험대에서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충격요법으로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자 출신으로 시장에 대해서는 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그에 대한 의구심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러나 위기는 끝난 게 아니었다. 주요 은행 간에도 자금 흐름이 막힐 정도로 심각했던 신용 경색은 해결됐지만 모기지를 제때에 내지 못한 데 따른 주택 차압은 급증하고 있다.
11일 버냉키 의장은 또다시 중요한 시험대에 선다. 금리를 결정하는 FOMC가 이날 열리기 때문이다. 시장 전망은 일단 금리 인하로 모아지고 있다.
FRB 2인자인 도널드 콘 부의장이 지난달 28일 경기둔화 경고를 통해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의 불을 지핀 데 이어 버냉키 의장도 다음 날인 29일 “금융 당국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관심은 인하폭에 모아진다. 0.25% 아니면 0.50%. 그의 선택과 시장의 반응이 주목된다.
■ ‘보이는 손’ 자처한 폴슨
지난달 29일 워싱턴. 폴슨 재무장관 주도로 씨티은행, 워싱턴뮤추얼, 웰스파고, 컨트리와이드 등 모기지를 주로 취급하는 대규모 금융회사 대표들이 모두 모였다.
폴슨 장관은 이들을 상대로 모기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기지 금리를 일정 기간 동결해 주는 방안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폴슨 장관은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정통 월가 맨. 월가 출신인 그가 ‘관치(官治) 금융’이라는 오해를 무릅쓰고 금융회사들을 압박한 것은 그만큼 사태가 심각함을 보여 준다.
폴슨 장관이 주요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뉴욕 주가가 급등할 정도로 그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오른 금리를 감당하기 힘든 가구에 한해 올해 수준으로 금리를 5년간 동결하는 등의 긴급 처방을 준비하고 있다.
폴슨 장관은 이에 앞서 시한폭탄으로 부상한 은행들의 부실자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씨티그룹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800억 달러에 이르는 ‘슈퍼펀드’를 조성하도록 유도한 바 있다.
물론 이 같은 폴슨 장관의 행보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표되는 시장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또 어떤 정치적인 복선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만일 경기 침체가 오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경기 침체를 맞은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버냉키의 FRB와 폴슨 장관의 ‘보이는 손’이 침체의 늪으로 빠지려는 미국 경제를 구해 내기를 바라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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