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외됐던 통신업과 전기전자업종이 모처럼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업종의 힘으로 시장이 다시 전 고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소외 업종의 반등이 주는 의미는 기존 주도주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준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지수가 1,800 아래로 밀려났을 때 아직 희망이 있다고 했던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 인하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수요일 아침이면 FRB의 결정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추가 금리 인하 여부보다는 인하 폭에 쏠려 있다. 0.25%포인트 인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오히려 0.5%포인트 인하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하는 ‘양면의 날’일 수 있다.
한편에서는 공격적 금리인하를 미국 경제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에 대한 증거라고 해석한다. 달러 약세 심화를 통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부추김으로써 신흥 증시에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신용경색으로 유동성 위축이 심각한 미국 금융시장에 숨통을 터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글로벌 증시 전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어느 쪽이 맞을지는 시간이 가면 확인되겠지만 현 시점에서 역발상 논리를 펴보면 공격적 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의 심화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FRB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그 자체는 달러 약세 요인이지만 이후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되찾고 미국 경제가 경착륙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공격적 금리 인하는 달러화 반등의 논리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2월만큼 ‘연말랠리’ 혹은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발(發) 신용경색에 볼모로 잡혀 있다.
물론 추가 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모기지 관련 대책과 추가 금리 인하가 맞물려 금융시장이 빨리 안정된다면 기대하지 않았던 산타랠리가 찾아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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