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메릴린치 2인자 재무담당 최고임원 오른 한국계 넬슨 채 씨

  • 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1분


한국계인 넬슨 채 씨가 세계 최대의 투자 은행인 메릴린치의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발탁돼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제공 뉴욕증권거래소(NYSE)
한국계인 넬슨 채 씨가 세계 최대의 투자 은행인 메릴린치의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발탁돼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제공 뉴욕증권거래소(NYSE)
‘오후 1시 인터뷰.’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미국 메릴린치가 4일 2인자인 최고재무책임자(CFO)에 한국계를 임명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올해 42세인 넬슨 채(채주석·42) 씨.

그가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보여 주는 첫 번째 건이 인터뷰 시간이었다.

미국에서는 기업인 공직자 전문가들은 대부분 오후 인터뷰를 일러야 1시 반에 시작한다. 그래서 처음 ‘오후 1시 인터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가 오후 일과를 남들보다 빨리 시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2년간 일해 온 뉴욕증권거래소(NYSE) CFO 자리를 떠나 10일 메릴린치로 첫 출근을 한다. 워낙 일정이 바빠 6일 본보 및 몇몇 한국 언론과 처음으로 40분간 ‘공동 전화인터뷰’를 했다.

시간 씀씀이를 물었더니 “점심식사 시간은 10분”이라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 금융가 사무실 부근의 델리(편의점 형식의 뷔페식당)로 이동하는 데 왕복 10분, 식사 시간으로 10분을 넘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쯤 되면 매일 오전 6시에 집을 나선다는 이야기는 별로 이상하지도 않다.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화제의 주인공이 됐지만, 원래 금융 전공자가 아니었다.

뉴욕에서 태어나 아이비리그인 펜실베이니아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정보기술(IT) 업체 등에서 일했다.

그의 부친은 일본 이토추상사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기 위해 1960년에 미국에 건너왔고, 비(非)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임원직에 올랐다. 그래서 채 CFO는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다.

그가 월스트리트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경영하던 전자 증권거래업체 ‘아키펠라고’가 2년 전 NYSE에 합병되면서부터다. 그를 메릴린치 CFO로 발탁한 사람도 NYSE 회장으로 있다가 최근 메릴린치 CEO로 옮긴 존 테인 씨다.

그는 성공 요인으로 지적 능력(Smart), 건강한 판단력(Judgement), 충성심(Loyalty)을 꼽았다. 그는 “충성심은 열정적인 업무로 1인자의 신뢰를 받는 것으로 어찌 보면 충성심이 제일 중요한지도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그는 요즘 축하 인사를 받기에 바쁘다고 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깐. 그에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올 3분기에만 79억 달러(약 7조3000억 원)의 손실을 입은 메릴린치의 자존심을 되살려 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그는 자신을 전형적인 월스트리트 출신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규모 사모(私募)펀드의 투자전략자문, IT 및 제조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터득한 안목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메릴린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위기에서 벗어나는 걸 낙관했다. 그는 “부실 충격은 내년 1분기 말 정도면 회복 기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의 거시경제는 주택시장만을 놓고 판단할 수는 없다며 낙관을 자제했다.

9세 때 이민 온 동갑내기 부인 한정원 씨와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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