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르포]할리데이비슨 美캔자스시티 공장을 가다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한마디로 자유예요.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들판을 달리면 바람, 햇빛과 부닥치면서 자유가 뭔지를 느껴요. 들어보세요. ‘두∼두∼두∼두’ 하는 엔진 소리를. 꼭 심장 박동소리 같지 않나요?” 2년 전 미국 여행 중에 만났던 미국인 노(老) 부부는 기자에게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들은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중이었다. 이처럼 미국에는, 아니 이제 전 세계에는 할리데이비슨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 많다. 세계 최고급 오토바이 생산업체인 할리데이비슨.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열광하게 하는 걸까. 7일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 있는 할리데이비슨 공장으로 향했다.》

○ 철저한 품질 관리가 인기의 비결

공장에서는 조립공정과 함께 연료탱크, 엔진 등 주요 부품도 직접 생산하고 있었다. 오토바이에 쓰이는 부품 대부분을 자체 생산해 품질을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공장 조립라인에 들어섰을 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현장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복장이다. 제조업체 공장에서는 회사가 지급한 작업복을 입고 작업을 하는 게 보통. 그러나 이곳에선 공장 책임자인 칼 에벌리 선임 부사장부터 현장 근로자까지 청바지 티셔츠 등을 각자 취향대로 입고 있었다. 머리를 뒤로 질끈 매거나 팔뚝에 문신을 한 남성 근로자들도 곳곳에 보였다.

그러나 이처럼 ‘자유’를 중요시하는 공장 분위기에서도 무엇보다 엄격한 규정이 적용되는 작업장이 있다. 페인트 도색작업 현장이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향수는 물론 손에 로션을 바르는 것도 금지된다.

할리데이비슨 고객들이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페인트 작업에 불순물이 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곳에 접근하려는 사람이면 누구든 관련 규정을 준수했다는 서명을 하게 할 정도로 할리데이비슨은 품질 유지에 신경을 쓴다.

로봇공정을 거친 연료탱크에 대해서는 전문 용접공이 다시 한 번 일일이 품질 확인을 한다. 조립이 끝난 오토바이는 100대당 1대꼴로 전문 엔지니어가 약 40km를 직접 몰아 보거나 분해를 하면서 이상 유무를 점검한다.

○ 실패의 나락에서 되살아난 할리데이비슨

할리데이비슨이 ‘품질 관리에 목숨을 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철저한 것은 1960년대 품질에 문제가 생겨 일본 경쟁업체들에 밀리고 한때 도산 직전에까지 갔던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한때 90%까지 갔던 시장점유율은 25%까지 감소했다. 레저용품 회사인 AMF에 인수되는 굴욕도 있었다.

하지만 1981년 13명의 임원이 회사를 다시 매입하면서 할리데이비슨은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뼈를 깎는 구조 조정 이후 직원들은 품질개선에 솔선수범했고 회사는 고객들을 특별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에벌리 부사장은 “반복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공정에 자동화를 도입한 것도 품질이 개선되는 데 많은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이 품질 개선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 고객-회사-직원의 특별한 유대관계

할리 데이비슨을 언급할 때 꼭 빠지지 않는 것이 호그(HOG·Harley Owners Group)다. ‘할리 소유자들의 모임’으로 번역되는 호그는 할리데이비슨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면서 할리데이비슨 브랜드 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호그의 전 세계 회원은 약 130만 명이다.

할리데이비슨 경영진도 ‘문화 코드’를 공유하기 위해 이들과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거나 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했다. 할리데이비슨 직원들은 상당수가 호그 멤버이다.

캔자스시티 공장의 용접공인 브라이언 하그로브 씨는 “나는 태어나기 3일 전에 엄마 배 속에서 할리데이비슨을 탔기 때문에 출생 전 이미 호그 회원이었다”며 “할리데이비슨에서 일할 때는 단순한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객들이 회사 브랜드 강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에 할리데이비슨은 고객들을 대하는 정성도 남다르다. 캔자스시티 공장만 해도 자신만의 오토바이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직원 한 사람이 오토바이 모든 조립과정을 책임지는 맞춤형 오토바이를 별도로 제작하고 있다. 최고로 숙련된 직원들이 이 과정을 책임진다.

‘우리는 꿈을 실현해 줍니다(We fulfill dreams).’ 취재를 마치고 떠날 때 봤던 공장 밖에 적혀 있는 문구다. 제조업체 공장이 아니라 마치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캔자스시티=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할리데이비슨:

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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