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하고 귀 얇으면 반드시 실패”

  • 입력 2007년 12월 14일 03시 02분


PB 4인 올해 개인투자 30∼50% 수익… “투자 노하우는 원칙 고수” 한목소리

국내외 펀드에 분산-우량주 장기투자 지켜

일본-리츠펀드선 손해… “내년에도 주식투자”

재테크 전문가들의 올해 투자성적은 어떨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지만 고객 자산을 관리해 주는 프라이빗뱅커(PB)들은 국내외 증시 활황을 타고 자신들의 재테크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

동아일보는 김재한 국민은행 방배PB센터 팀장,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 팀장, 서영문 삼성증권 H클럽 PB, 김주영 대우증권 잠실지점 자산관리팀장 등 재테크 고수로 알려진 PB들의 투자성적표를 들여다봤다.

이들은 재테크 전문가답게 직접 및 간접 투자로 30∼50%에 이르는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분산투자로 30∼50%의 수익률 올려

4명 가운데는 김주영 팀장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적립식으로 국내와 해외 주식형 펀드 5개에 투자하고 STX와 경동가스에는 직접 투자해 약 50%의 수익률을 거뒀다.

그는 “올해 국내 증시가 좋을 것으로 예상해 적극적인 투자를 한 게 주효했다”며 “기대수익률이 30% 안팎이었는데 그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간접투자에 주력하는 김재한 팀장도 투자수익률이 40%로 짭짤했다. 펀드와 정기예금에 각각 40%, 머니마켓펀드(MMF)에 20%의 자산배분을 한다는 김 팀장은 가입펀드가 10개(해외 7개, 국내 3개)나 됐다.

적립식 투자원칙을 중요시하는 김창수 팀장도 보유펀드 수가 7개로 수익률은 약 30%였다.

이들은 다수의 펀드에 적절히 분산투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투자규모는 7000만∼2억5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투자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는 “기본 원칙을 중요시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서영문 PB는 “특별한 비법은 없고 우량주 장기투자라는 기본을 지킨다”고 했다.

김창수 팀장은 “남들에게는 투자 충고를 잘 해주는데 내 재테크에는 신경 쓸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며 “적립식으로 장기투자 하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소개했다.

○증시, 연초 예상 전망과 큰 차이

하지만 재테크 전문가들에게도 실패 사례는 있다.

김재한 팀장은 “일본펀드에 돈을 넣었는데 1년 내내 수익이 전혀 안 났다”며 허탈해했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펀드 역시 실패사례로 꼽혔다. 서영문 PB는 “2000만 원을 넣었다가 수익률이 ―12%여서 돈을 뺐다”며 “펀드 구성이 안전해 고객들에게도 많이 권했는데 수익률이 저조해 곤혹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돈을 벌긴 했지만 이들의 주식 전망도 대부분 맞지 않았다.

김창수 팀장은 “신흥시장 증시는 지난해에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조정을 받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보기 좋게 틀렸다”며 멋쩍어했다.

김재한 팀장은 “일본 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믿었는데 잘못 예측해 마음이 아프다”며 “‘내가 보지 않고서는 믿지 말라’는 격언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반드시 재테크에 실패하는’ 유형을 묻자 성급하고 귀가 얇은 사람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주영 팀장은 “실패하는 투자자는 빠른 손절매를 계속 한다”며 “일관성 있고 소신 있는 투자가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수 팀장은 “자산 사이클을 잘못 타는 사람은 계속 실패하게 돼 있다”며 “국내 주식이 오른다는 얘기에 솔깃해 꼭지에 들어가서 손해보고, 그걸 뺀 돈으로 정점에 있는 중국펀드에 들어가 다시 실패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김재한 팀장은 “자신의 귀동냥대로 투자하거나 성급하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서영문 PB는 내년 증시 전망에 대해 “시장이 불안해 20∼30%까지도 지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그래도 부동산보다는 주식에 계속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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