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 울산지검장)는 삼성증권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차명 의심 계좌들이 삼성의 특정 부서가 일괄 개설하고 관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특본은 900개 안팎의 차명 의심 계좌 중 수십 개씩의 계좌가 ‘0000’ 등으로 똑같은 비밀번호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제의 계좌들이 일괄 개설되고 관리된 정황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특본은 매일 50여 개의 계좌개설 신청서를 확보해 차명 의심 계좌의 서명과 비밀번호가 실제 명의자의 것인지 대조하고 있다. 이 계좌의 차명개설 여부가 확인 되는 대로 이 계좌에 들어간 종자돈의 출처와 계좌에서 불어난 자금의 용처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불법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임매매(계좌의 개설 관리 등을 증권사 직원에게 위임하는 주식 관리 방법) 방식에 의하더라도 계좌의 비밀번호가 같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수남 특본 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 수사와 관련해서는 소환자가 거의 없다. 지금은 비자금 조성 및 관리 부분에 대한 수사에 치중하고 있다”며 “승계권 분야는 전체적으로 특검의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비 의혹은 ‘드러난 부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현 단계에서 사실상 더 수사를 진행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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