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속에 원화 환율이 급락(원화 가치는 상승)하면서 수출경쟁력에 비상이 걸렸다. 내수도 그리 호전되지 않았다. 쫓아오는 중국과 달아나는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인들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열악한 대내외 경영환경을 딛고 남다른 경영 실적을 올린 최고경영자(CEO)도 적지 않았다. 동아일보 경제부는 이들 가운데 특히 올해 눈부신 성과를 거둬 기업 브랜드를 크게 높인 ‘2007년의 CEO 10인’을 선정했다.
(사진은 윗줄부터 가나다순)》
○ 투자와 혁신 통해 탁월한 실적 개선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과감한 투자로 GS칼텍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1조5000억 원을 들여 10월 완공된 ‘제2 중질유분해시설’이 본격 가동되면서 당장 올해 영업이익이 400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3조 원을 추가로 들여 ‘제3 중질유분해시설’을 짓기로 결정한 허 회장은 올해 인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주가 급등’과 ‘펀드 열풍’의 중심에 있었다. 박 회장이 만든 ‘인사이트 펀드’는 국내외 주식은 물론 부동산, 채권 등 투자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도 모집 50여 일 만에 4조6000억 원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시장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최근 일각에서 미래에셋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그 해법이 주목된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올해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 등으로 ‘회사 몸값’을 2배로 올려놓았다. 연초 5만 원대였던 주가가 연말에는 11만 원을 돌파했다. 올해 1∼9월 글로벌 기준 영업이익(8528억 원)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869억 원)을 훨씬 넘어섰고 휴대전화 영업이익은 지난해 406억 원 적자에서 올해 1∼9월 6324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은 올해 4월 회사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조기 졸업을 이끌어 내고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경영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채권단과 합의한 자구 계획을 2년 앞당겨 달성하는 탁월한 경영 수완을 보여 줬다.
○ 해외 진출-M&A로 기업 영토 확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보폭(步幅)을 넓혀 가면서 특히 ‘글로벌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올해 해외 시장에서 큰 결실을 봤다. 롯데그룹의 중국 내 식음료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지주회사인 ‘롯데 중국 투자유한공사’를 3월 출범시켰다. 9월에는 국내 백화점 최초의 해외 점포인 러시아 모스크바점을 개점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올해 성공적인 인수합병(M&A)으로 그룹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중국 생산기지 건설에 나서 3월 중국 다롄(大連)에서 ‘STX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 기공식을 가졌고 10월에는 세계 최대 크루즈선 제조업체인 노르웨이 아커야즈사(社)를 인수해 조선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서울증권, 로젠㈜, 한국통운, 하이마트 등 올 한 해 7개 기업을 인수하면서 일약 국내 M&A 무대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약 7700억 원이었던 유진그룹의 매출은 금융 물류 유통 등 사업 다각화에 힘입어 내년엔 약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내실경영으로 기업가치 높여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환경친화적인 제철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해 포스코의 미래 경쟁력을 높였다. 5개 분기 연속 1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포스코는 주가에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이 회장은 10월에는 세계 철강업계 CEO들의 모임인 국제철강협회 회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 국내 유통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3월 국내 최초로 선진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리미엄 아웃렛’을 열어 명품 브랜드의 새로운 유통 채널을 만들었다. 10월에는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함께 자체 브랜드(PL·Private Label) 상품을 대폭 늘려 가격을 낮추는 ‘이마트발(發) 가격혁명’을 주도했다.
남중수 KT 사장은 서비스마인드 개선과 내실경영으로 민영화된 KT의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남 사장은 이 회사가 민영화된 이후 처음으로 연임의 영광을 누리는 CEO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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