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석유화학 PE사업기획팀 고현득(37) 과장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수만 개에 이르는 생활용품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기초 원료’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한화석유화학은 1966년 국내 최초로 접착제 잉크 바닥재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을 생산하며 우리나라가 세계 유화업계의 선두권 대열에 합류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 일회용 기저귀나 종이컵의 방수(防水) 코팅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과 종이에 들어가는 가성소다 등도 국내 최대의 생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은 옛 한국화약(현 ㈜한화)이 1965년 설립한 한국화성공업에서 출발했다. 이후 한화그룹은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 등을 인수한 다음 한국화성공업과 합병해 1994년 한국종합화학을 만든다.
한화그룹은 1999년 석유화학산업의 효율화를 위해 한국종합화학의 원료 사업부문과 바닥재 벽지 등 PVC 가공 사업 부문을 떼어 내 각각 한화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현 한화 L&C) 등 2개 회사로 분리했다.
이어 같은 해 유화업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화석유화학의 나프타분해공장(NCC) 사업 부문을 떼어 내 대림산업의 NCC 사업 부문과 합쳐 여천NCC를 설립했다.
이로써 한화는 기초원료(여천NCC)-PVC PE 등 중간원료(한화석유화학)-바닥재 벽지 등 최종 소비제품(한화L&C)을 생산하는 수직 계열의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
현재 한화석유화학은 국내 최대 규모의 에틸렌 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 아시아에서 대만 ‘포모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회사 측은 “국내 유화업계에서 유일하게 기초원료인 염소의 생산 설비부터 중간원료인 PVC, 그리고 가공제품군의 생산 설비까지 모두 갖춰 원가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한화석유화학은 수익성이 높아 그룹 내에서 ‘알짜 사업’으로 분류된다.
2006년 매출은 대한생명을 제외한 그룹 내 33개 계열사 중 ㈜한화에 이어 2위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한화석유화학이 모두 1위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한화의 영업이익은 모두 3439억 원이었지만 한화석유화학은 모두 7299억 원으로 두 배를 훨씬 웃돈다.
이 때문에 그룹의 지분 투자나 인수에선 늘 ‘최전선’에 서야 했다.
한화그룹이 2002년12월 호주의 맥쿼리 등과 함께 대한생명을 인수할 때도 한화석유화학이 떠안은 지분은 그룹의 인수 지분 30.5% 중 절반 이상인 16.72%(100% 자회사 지분 포함)였다.
이 때문에 한화의 주요 계열사인 한화L&C, 한화갤러리아의 지분을 100% 보유한 것을 비롯해 여천NCC(50%), 한화증권(11.96%) 등 핵심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 있다.
이정헌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한화그룹의 지분구조는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이 주요 계열사를 모두 지배하고 ㈜한화가 다시 한화석유화학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로 짜여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룹 내 ‘역할 구도’ 때문에 경쟁업체에 비해 자체 규모를 키우고 투자하는 데 소홀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화석유화학의 한 관계자는 “1998년 40%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경향신문, 사업을 정리한 한화정보통신 등도 한화석유화학이 투자 자금을 댔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경쟁업체인 LG화학은 올해 규모를 키우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LG석유화학과 합병하고 호남석유화학은 카타르에 유화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위기감은 한화석유화학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동아일보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향후 회사의 위기’를 묻는 질문에 “중국이나 중동 등 산유국에서 건설 중인 유화공장에서 싼 가격으로 제품이 쏟아질 때”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가 조금 더 빨리 글로벌 사업에 투자했어야 했다”며 “신규 사업 추진도 늦은 감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최근 여천NCC를 놓고 불거졌던 대림산업과의 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도 관심거리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화가 유화업계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선 한화석유화학이 여천NCC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 LG화학과 대등하게 맞서는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천NCC의 2006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5000억 원, 3200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한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화약만 만들지 않나요?”… 금융-유통 등 계열사 34곳
“발음이 비슷한 하나은행과 같은 그룹인 줄 안다.”
“한화그룹은 화약만 만든다고 생각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매출액 23조7000여억 원으로, 공기업을 제외하고 재계 순위 12위(민영화된 공기업은 포함)의 기업집단이지만 일반인에게 잘못 알려진 부분이 적지 않다. 이는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한화 직원 20명을 상대로 ‘한화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점’을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발음이 비슷한 하나은행을 계열사로 오해한다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한화는 대한생명, 한화증권 등의 금융 계열사를 갖고 있지만 하나은행과는 무관하다.
1952년 설립된 한국화약주식회사를 모태로 하고 있어 ‘한화=화약 제조회사’로만 인식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한화는 화약을 생산하는 ㈜한화(옛 한국화약) 이외에도 33개 계열사를 갖고 있다. 각 계열사의 사업 부문은 △갤러리아백화점, 한화리조트 등 유통·레저 부문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등 제조 부문 △금융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계열사의 사명(社名)에 얽힌 오해도 적지 않다. 일부 직원은 “한화석유화학을 석유 만드는 회사로 오해한다”고 답했다.
한화석유화학은 접착제 잉크 바닥재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 종이컵과 라면 용기의 코팅재 역할을 하는 폴리에틸렌(PE) 제품 등이 주요 생산 품목이다.
‘제조업 위주의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금융, 레저 사업을 아우르는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문제가 현재 한화의 고민이다.
한화는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등 소비자와 직접 접하는 사업 부문이 늘어나자 최근 대대적으로 브랜드 관리 작업에 나섰다.
이관영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팀장은 “올해 초 ‘한화 트라이서클’로 기업이미지(CI)를 바꾼 데 이어 내년에는 이미지 조사와 브랜드 관리를 전담하는 브랜드 협의회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Q&A / 직무적성검사 HAT가 뭐죠?
인성-상황판단-적성 검사
개인의 심층능력 테스트
한화석유화학 직급별 연봉 | |
직급 | 연봉 |
임원 | 1억 원 이상 |
부장 | 7400만 원 |
차장 | 6300만 원 |
과장 | 5200만 원 |
대리 | 4200만 원 |
사원 | 3500만 원 |
성과급을 제외한 세전(稅前) 연봉의 직급별 평균임. 자료: 한화석유화학 |
동아일보는 취업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토대로 구직자들이 궁금해하는 취업 관련 질문을 골라 한화석유화학의 답변을 들었다.
Q. 신입사원 초봉은….
A. 4년제 대졸 사원의 경우 성과급을 제외한 세전(稅前) 연봉이 약 3400만 원 선이다.
Q. 한화그룹 계열사 중복 지원이 가능한가.
A. 계열사 2곳까지 지원할 수 있다.
Q. 불합격 후 재지원 시 불이익이 있는가.
A. 지원자들의 데이터는 전형이 끝난 후 전부 폐기되기 때문에 재지원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
Q. 전형 과정 중 직무적성검사 HAT(Hanwha Aptitude Test)는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A. HAT는 인성검사, 상황판단검사, 적성검사로 이뤄지는 필기시험이다. 지적능력,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처방식 등 개인이 갖고 있는 심층능력을 판단하는 것이기에 특별히 준비하기보다 평소 실력을 발휘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좋다.
Q. 공채 경쟁률은….
A. 2007년 상반기(1∼6월) 공채의 경우 약 100 대 1이었다.
Q. 입사 후 근무지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지방 근무자의 경우 기숙사 등의 지원이 있는가.
A. 근무지로는 서울 본사, 대전 중앙연구소, 여수공장, 울산공장 등이 있다. 그룹 연수 후 희망 근무지를 신청 받고 이를 토대로 배치한다. 지방 근무자의 경우 사택 혹은 기숙사가 제공되며 직원에게 지원되는 주택보조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
Q. 해외 채용에 지원하기 위한 지원자격은 무엇인가.
A. 해외 채용은 신입사원 공채와 별도로 진행된다. 해외 대학 석사 학위 소지자가 대상이지만 경우에 따라 학사 출신을 선발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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