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골짜기에 자리 잡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은 ‘역발상’이 통한 곳이다.
이곳은 서울로 드나들기 힘들어 수지에서도 인기가 덜한 지역이었지만 건설사들은 오히려 산골짜기 입지를 부각했다. 단지 앞에 개울이 흐르고 산줄기 2개가 병풍처럼 감싸 안은 지세(地勢)를 살려 2000년대 초부터 고급 아파트촌을 조성한 것.
이 같은 전략은 자연 속에서 여유 있는 삶을 꿈꾸는 중장년층의 욕구를 자극했고 분양은 잇따라 성공했다. 집값도 수지에서 가장 비싼 3.3m²(1평)당 1600만 원 안팎에 이른다.
용인시의 신흥 부촌(富村)으로 떠오른 신봉동에서 오랜만에 대단지 아파트가 분양된다. 동일토건은 112∼206m²의 중대형으로 이뤄진 ‘신봉 동일하이빌’ 1462채를 선보인다.
풍부한 녹지와 고급 마감재로 ‘분양 불패’ 신화를 이어가려 하지만 업체 측의 희망 분양가가 3.3m²당 1860만 원이어서 고(高)분양가 논란도 거세다.
○ 천혜의 자연환경 속 호텔 같은 아파트
신봉동은 산골짜기를 따라 조성됐지만 단지 입구에 할인점 이마트가 있어 쇼핑하기는 편하다. 직선으로 5km 거리에는 영동고속도로 동수원 나들목이 있고, 인근에 광교신도시가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로 나가려면 경부고속도로 판교 나들목이나 분당을 거쳐야 해 출퇴근 때 혼잡이 심하다. 오전 7시 이후에 출발하면 서울 도심까지 승용차로 2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
하지만 단지 인근에 신분당선 연장 지하철과 용인∼서울 고속화도로 성복 나들목이 건설될 예정이어서 교통 여건은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 있는 모델하우스에 들렀다. 첫인상은 눈보다 코를 통해 전해졌다. 새 집 특유의 냄새가 덜했다.
동일토건 성윤태 인테리어 팀장은 “온돌마루를 붙이는 접착제까지도 친환경 제품을 써 냄새가 별로 안 난다”며 “정부에서 친환경 건축물 예비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신봉 동일하이빌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
우선 집이 넓어 보인다. 벽면과 벽지를 화사하게 꾸몄고 조도(照度)를 높였다. 단, 주방 쪽은 어두운 톤으로 꾸며 포인트를 줬다.
두 번째는 넓은 수납공간. 각 방에 넉넉한 드레스룸을 설치했다. 현관과 주방을 잇는 통로 곳곳에도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세 번째는 호텔처럼 꾸민 화장실. 천연 대리석 벽체와 돌로 만든 세면대 등으로 멋을 살렸다.
하지만 발코니 확장을 하지 않으면 집이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좁아 보인다. 확장비용을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또 대나무를 잘게 썰어 붙인 벽체 마감재 등은 내구성이 의심됐다. 밝고 화려한 실내는 입주한 뒤 손때가 많이 탈 것 같고, 기존에 갖고 있던 가구와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되는 대목.
○ 분양가 높지만 입주 후 전매 가능
동일토건은 분양가를 시세(3.3m²당 1400만∼1600만 원)보다 높은 1860만 원으로 책정해 용인시에 제출했다. 여기에 발코니 3.3m²당 60만 원인 확장비를 감안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하지만 용인시가 조정 권고를 내려 최종 가격은 1600만 원대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
신봉동에서만 연말에 3000채 이상이 공급되는 데다 내년에는 인근 광교신도시에서 3.3m²당 1000만 원대 아파트가 나올 예정이어서 비싼 분양가를 고집할 처지가 못 된다.
신봉지구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입주 후 곧 되팔 수 있다.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 1년 이상 용인시에 거주한 청약통장 가입자에게 100% 우선 공급된다. 입주는 2010년 초 예정. 031-712-0009
용인=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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