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굴욕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유망 투자처였던 상가,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 떨어져

비싼 월세-대형 할인점 증가 등 원인… 투자 신중해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최근 공개경쟁 입찰로 분양된 래미안 월곡2차 단지 내 상가는 47개 점포 가운데 4개만 주인을 만났다.

800채 규모에 브랜드 파워가 있는 아파트 단지여서 수요자가 꽤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체의 91.5%가 유찰돼 현재는 선착순 수의계약 방식으로 분양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 행신2택지개발지구(A1, A3, B1∼2블록) 단지 내 상가도 지난달 공개경쟁 입찰로 분양됐지만 26개 점포 중 9개 점포(34.6%)가 유찰됐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유망 투자 상품으로 꼽혀 온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서울 강남에서도 분양이 되지 않거나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아 비어 있는 상가가 늘고 있다.

○ 단지 내 상가 수익률 하락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은 고가(高價) 아파트의 대표주자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단지 내 상가는 입주 초기에 비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의 전언. 일부 상가 주인은 보증금 2억 원에 700만 원을 월 임대료로 받다가 최근에는 보증금 1억5000만 원에 월 임대료 600만 원 수준으로 낮추기도 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의 단지 내 상가는 아파트가 입주한 지 5개월이 돼 가지만 8개 점포 가운데 4개 점포가 비어 있다.

작년 12월 입주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옛 주공4단지)와 올해 8월 입주한 잠실동 트리지움(옛 주공3단지) 단지 내 상가는 분양률이 30∼40%에 그쳤다.

단지 내 상가의 수익률도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인 연 6%를 밑돌고 있다. 현지 취재를 토대로 동아일보가 분석한 연간 수익률(추정치)은 도곡렉슬 2.8%, 대치 아이파크 3.7%, 잠실 레이크팰리스 4.5%, 잠실 트리지움 5.3% 등이었다.

○ 고(高)분양가가 주원인

단지 내 상가가 침체된 것은 경기침체가 이어진 데다 최근 상가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상가 월세가 비싸다 보니 임차인들이 수지를 맞추기가 어려워 입점을 꺼리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이 점포 확장 경쟁을 벌여 분양가가 많이 오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상가정보업체인 상가뉴스레이다 정미현 선임연구원은 “할인점 등 대형 편의시설이 늘어나 단지 내 상가로 유입되는 수요가 줄어든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상가 투자는 신중하게

단지 내 상가의 수익률이 다른 일반 상가에 비해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묻지마’ 식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수석연구원은 “아파트가 최소 600채 이상이면서 66∼99m² 정도의 중소형 평형이 많은 곳이 단지 내 상가 이용률이 높다”며 “할인점 등 대형 상권이 주변에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미현 선임연구원은 “상가 점포가 단지의 주출입구에 있는 게 유리하다”며 “층을 선택할 때는 가급적 수요자가 방문하기 쉬운 1층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재건축 조합아파트는 외부 회사가 상가를 통째로 매입한 뒤 다시 분양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분양회사가 매입 대금을 완납했는지 등 재무상황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울 주요 단지 내 상가 수익률
단지 내 상가임대 조건3.3m²당 매매가면적연 수익률{월 임대료÷(매매가-보증금)×12×100}
도곡렉슬보증금 1억5000만 원,
월 임대료 600만 원
1억5000만 원59.5m²(18평)2.8%
대치 아이파크 보증금 1억 원,
월 임대료 400만 원
7000만 원66.1m²(20평)3.7%
잠실
레이크팰리스
보증금 3억 원,
월 임대료 1300만 원
1억3500만 원92.6m²(28평)4.5%
잠실 트리지움보증금 1억 원,
월 임대료 400만 원
1억 원33m²(10평)5.3%
단지 내 상가 중 특정 점포의 수익률을 추정한 것이어서 편차가 생길 수 있음.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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