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키워드로 본 2007 경제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2007년 국내외 경제는 말 그대로 ‘혼돈의 연속’이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에서는 금융 불안이 촉발됐고 국제 유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한국 경제도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는가 싶었지만 각종 악재에 발목이 잡혀 연말로 갈수록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모습이었다. 올 한 해 주요 국내외 경제 흐름을 7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

1. 서브프라임 격랑… 세계 금융시장 출렁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각국 증시는 대형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따른 손실을 ‘고백’할 때마다 큰 폭으로 출렁였다. 급기야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은 공조체제를 구축해 금융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부실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지금까지의 혼란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 달러화의 약세를 초래해 국제 금융시장의 재편도 예상되고 있다.

2. 원유 가격 급등… 100달러 턱 밑까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23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가 배럴당 98.18달러에 마감돼 종가(終價)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중국 등의 수요 증가, 미국 달러화 약세, 투기세력 가세 등이 중첩되면서 100달러 시대에 바짝 다가섰다. 세계 경제의 위축은 물론 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유류세 인하 논란이 빚어졌다. 또 대체 연료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3. 미분양… 줄도산… 부동산 시장 꽁꽁

정부가 담보대출 제한 등 부동산 대책을 대거 쏟아내자 주택 거래가 급감해 실수요자도 피해를 보았다. 여기에 1가구 1주택자 중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사람이 작년보다 크게 증가하는 등 세금 부담마저 급격히 늘어 이중고를 겪었다. 미분양 주택이 10만 채를 넘어섰고 서울 강남에서조차 ‘계약률 0’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 11월 중순까지 쓰러진 건설사가 102개에 이르는 등 연쇄 도산이 가시화됐다.

4. 회장 구속… 비자금 의혹… 재계의 시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연초부터 신임 회장 선출을 놓고 회원사끼리 갈등을 빚는 등 재계 대표단체의 위상에 상처를 입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았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 등으로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법정에 서야 했고, 계열사들이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이 ‘보복 폭행’ 혐의로 구속 수감되는 홍역을 치렀다.

5. 한미FTA 협상 1년 4개월 만에 타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6월 29일 타결됐다. 이에 따라 양국이 지난해 2월 FTA 협상 선언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에 협상이 모두 끝나 국회 비준동의만 남게 됐다. 한미 FTA는 수출 기업의 경쟁력 제고, 대외 신인도 향상, 외국인 투자 촉진 등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농업 등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과 정치권 일부의 반발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6. 코스피 한때 2,000 돌파… 급등락 장세

한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유동성 사이에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반복했다. 7월 25일 코스피지수가 2,004.22로 마감하면서 사상 처음 종가 기준 2,000 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8월 16일엔 125.91포인트가 빠져 사상 최대 규모로 하락했고, 나흘 뒤인 8월 20일에는 93.20포인트가 올라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10월 31일 2,064.85까지 올랐지만 신용경색 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11월 이후 2,000 선 밑에서 지루한 움직임을 보였다.

7. 자본시장통합법 ‘금융시장 빅뱅’ 예고

금융회사 간 업무 장벽을 없애고 규모 확대를 유도하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8월 3일 공포돼 금융시장 ‘빅뱅’을 예고했다. 2009년 2월 시행되는 자통법은 은행업과 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금융 업무를 한 회사가 취급할 수 있도록 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합칠 수 있고 투자은행(IB)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투자 업무와 관련한 규제를 크게 줄이고 투자자 보호 규정을 강화했으며 증권사에도 지급결제권을 부여해 대형 증권사가 준(準)은행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터 줬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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