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고급화’ ‘럭셔리’ ‘프리미엄’과 같은 화려한 색채의 단어일 것이다. 그만큼 국산차들의 고급화 바람이 유난히 거셌던 한 해였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최근 이 회사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5’를 선보이며 각종 명품 품목들을 소개했다. 국산차에서 찾기 힘든 ‘파노라마 선루프’, 명품 오디오 회사인 ‘보스’의 사운드 시스템은 물론 동급의 국산차 중엔 처음으로 6단 자동변속기도 갖췄다.
쌍용자동차도 대형 세단 ‘체어맨 W’를 선보이며 ‘W’는 ‘World Class’를 뜻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명품차들과 당당히 겨룰 준비가 돼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리라.
현대·기아자동차는 대형 세단 ‘제네시스’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를 플래그십(최고가 대표 차량)으로 내세우며 독자적인 엠블럼을 달았다. 이 모델의 고객을 VIP로 삼아 고급 멤버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국산차 회사의 ‘전시장 마케팅’에서도 세심한 고급화의 노력이 엿보인다. 르노삼성차는 자동차 전시장 리노베이션 작업을 프랑스 디자인 업체에 맡기는 등 고급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기존 전시장을 업그레이드해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국산차도 저가 차 이미지를 훌훌 털고 세계 속의 명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상당수의 전문가가 아직은 고개를 가로젓는 것을 보면 국산차가 세계적인 명품의 반열에 오르려면 거쳐야 할 관문이 여러 개 남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은 “최근 고급을 표방한 국산차들이 수입차에 없는 신기술을 도입했거나 특출한 디자인을 보여준다고는 할 수 없다”며 “고급차 고객을 사로잡으려면 차별화되고 독특한, 나만의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렉서스의 ‘조용함’, BMW의 ‘스포티 드라이빙’처럼 고급 국산차들도 자기만의 뚜렷한 정체성이 있어야 물 오른 고급차시장에서 밀리지 않고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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