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해외 M&A로 활로찾기

  • 입력 2007년 12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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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16일 인도네시아 ‘빈탕 마눙갈 은행’을 인수했다. 자산규모 2500만 달러(약 225억 원)의 소규모 은행이지만 하나은행은 7월부터 인수 작업에 공을 들여오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승인을 받아 지분 61%를 인수했다.

이 은행은 신임 은행장으로 선임된 이정세 전 하나생명 사장을 제외하곤 경영진과 직원 대부분이 현지인이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을 강화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대형 은행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게 하나은행 측의 구상.

김열홍 하나은행 글로벌 전략팀장은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베트남과 함께 중산층이 아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국가”라며 “시장 선점을 위해 오랜 기간 인수를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에 앞서 신한은행은 1일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노스아메리카내셔널뱅크(NANB)’ 인수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1998년에 설립된 이 은행은 총자산 1억3500만 달러(약 1215억 원) 규모의 미국계 은행으로 신한은행이 2900만 달러(약 261억 원)에 지분 100%를 인수했다.

국민은행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 지분 인수를 통한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해외 은행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치열한 국내 시장경쟁으로 국내 영업이 한계에 다다르자 밖으로 나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자는 의도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의 핵심 영업활동 능력을 보여주는 순이자마진(NIM·순이자 수익을 수익성 자산으로 나눈 것)은 지난해 1분기(1∼3월) 2.80%에서 올해 3분기(7∼9월) 2.44%로 뚝 떨어졌다. 보통예금이나 당좌예금 등 저(低)원가성 예금이 제2금융권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펀드투자자금으로 빠져나가면서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했고 은행 간의 고금리 영업경쟁을 한 게 주원인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해외 진출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 현지의 한국교포나 기업만을 상대하는 소극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활동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 시점이 은행권이 해외 M&A를 하기에 최적기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윤석 연구위원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해외기업의 주가가 떨어져 기업 인수에 좋은 기회”라며 “외환위기 이후 자본력이 좋아진 은행들이 해외 M&A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은행경제연구소 변현수 박사는 “미국 일본 등 금융 선진국보다 중국 베트남 등 신흥개발 국가가 외국은행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문화적 차이와 정치적 위험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해외 진출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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