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파동에도 원자재-주식 등서 선전”
매년 연말이 되면 미국 뉴욕에서는 돈 잔치가 벌어진다.
한 채에 수백만 달러씩 하는 맨해튼 아파트를 사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고급 차와 보석 매출도 폭증한다.
이맘때 뉴욕에 있는 주요 금융회사들이 직원들에게 보너스 액수를 통보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으로 월가 회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올해에 보너스는 어떻게 될까.
블룸버그와 CNN머니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월가에서 가장 많은 보너스를 지급하는 회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실적을 내놓은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는 18일 올해 직원들에 대한 보너스 총액이 지난해에 비해 23% 증가한 121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기본 연봉 등을 포함한 총액 개념의 보수 총액은 지난해 165억 달러에서 올해는 202억 달러로 늘었다.
전체 직원 3만522명이 1인당 평균 66만1490달러(약 6억2000만 원)를 가져간다는 얘기다.
지난해 5400만 달러를 받아 월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로서는 최고 기록을 세웠던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 겸 CEO는 올해에는 7000만 달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와중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했던 리먼브러더스는 올해 직원 보수로 지난해에 비해 10% 증가한 95억 달러를 책정했다.
직원 1인당 금액은 33만2470달러. 골드만삭스의 절반 수준이다. 95억 달러 중 보너스는 57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3분기(7∼9월)에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메릴린치는 지난해에 비해 보너스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존 테인 신임 CEO가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손실이 컸던 모기지 담당 직원들은 보너스가 많게는 80%까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 밖에 씨티그룹, UBS, 모건스탠리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큰 손실을 입은 회사들도 보너스 지급액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월가 보너스 총액은 기록적인 보너스 액수를 기록했던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18일 보도했다.
뉴욕 회계감사관실에 따르면 지난해 월가 보너스 총액은 239억 달러, 직원 1인당 평균 13만6000달러였다.
이처럼 올해도 돈 잔치가 예상되는 것은 월가 회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 속에서도 주식, 파생상품, 원자재시장 등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기 때문. 일부 금융회사는 3분기부터 손실을 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대형 회사는 올해 전체 실적 기준으론 대체로 흑자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같은 회사 내에서도 모기지 상품 담당자들은 보너스가 줄지만 원자재, 주식 등을 맡았던 월가맨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막대한 보너스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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