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메모리반도체(512Mb DDR2 기준)의 가격(현물가)이 지난달 23일부터 한 달째 1달러 아래에 머무는 ‘가격 폭락’이 계속되면서 메모리반도체 분야 글로벌 기업들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1992년부터 5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거듭돼 온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경기 순환이 사라지는 등 시장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기존 모델로 설명 불가능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 출시와 ‘Y2K 밀레니엄 버그’로 인해 각각 1995년, 2000년 두 차례 호황을 맞은 뒤 이듬해 갑작스러운 불황에 빠져드는 경기 순환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2005년 반도체가격 상승 등으로 호황을 보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이듬해인 2006년 불황으로 전환하지 않고 사상 최대의 호황이 계속되는 등 순환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D램 가격의 폭락으로 성장세가 꺾였음에도 시장의 규모는 줄어들지 않아 더는 기존의 경기 순환으로 반도체 시장을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내년에도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 규모는 오히려 10%대 초반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가격이 연초에 비해 80%나 떨어졌지만 D램 시장의 규모는 8%밖에 감소하지 않았다”며 “1996년과 2001년 불황이 수요 급감으로 이어져 시장규모가 각각 38.5% 61.5% 줄었던 것과는 다른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공급이 시장의 주요 변수
최근 세계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싸움은 현금 확보 경쟁으로 옮겨 붙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최근 6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및 회사채를 발행했고, 일본의 엘피다는 3000억∼4000억 엔(약 2조4900억∼3조3200억 원), 미국 마이크론은 10억∼15억 달러(약 9400억∼1조4100억 원)의 현금을 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의 후발 기업들도 최근 50억∼60억 달러(약 4조7000억∼5조6400억 원)를 사채발행 등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금 확보 배경과 관련해 60나노 미세공정의 도입과 12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생산라인 투자 등 공급 측면 전략이 이 분야의 생존을 가를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후발 기업들의 공급 과잉이 경기 순환의 변수를 바꿔놓았다”며 “내년에도 시장의 수요는 유지되는 가운데 시장공급이 여전히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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