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를 앞두고 주요 경제부처들이 이 당선자의 공약에 맞춰 기존 정책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 제한) 완화, 법인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완화 등의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폐지 여부와 대안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산업자원부도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수도권 공장 설립 규제 완화, 외국인 전용 병원과 학교 확대, 주거비 지원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23일 각 경제부처에 따르면 재경부 공정위 산자부 등은 이 당선자가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온 안건들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해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금산분리와 관련해 재경부 당국자는 “일단 인수위를 상대로 금산분리 유지의 필요성을 설득하겠지만 정책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완책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까지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규정은 유지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국민연금 사모펀드(PEF) 등도 대기업 지분을 일정 규모 이상 소유하고 있을 때 산업자본으로 분류해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등 과도한 규정은 손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부세 양도세 법인세 등 세금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 허용석 세제실장은 21일 주요 국장과 과장을 불러 회의를 열고 이 당선자의 주요 세금 관련 공약을 정밀 분석해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타당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재경부 당국자는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을 완화할 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법인세를 25%에서 20%로 인하할 경우 세수 감소 규모 등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총제 폐지에 강력히 반대해 온 공정위도 출총제 폐지 필요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공정위 핵심 당국자는 “출총제를 완전히 폐지할지, 아니면 완화할지, 폐지할 경우 대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올해 법 개정을 통해 출총제의 적용 기준과 대상을 완화하는 등 그동안 규제를 일부 완화한 과정도 인수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외국인투자 유치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산자부는 이 당선자가 20일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국내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함께 외국인투자 유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현행 외국인투자 유치 정책의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산자부 당국자는 “그동안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제기한 민원사항 가운데 타당성이 있는 안건들을 인수위에 보고할 것”이라며 “수도권 공장 설립 규제 완화, 세금 문제, 노사 관계 개선, 의료 교육 주거 여건 개선 등이 주요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외국인투자기업들은 대체로 수도권 공장 설립 규제가 지나치게 까다롭고, 법인세가 높으며, 세무조사 기간이 길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며 “외국인 전용 병원과 학교 설립 규제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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