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재건축 갈팡질팡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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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최근 단독주택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재건축 추진 사업장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특히 고층 아파트 대신 저층의 ‘타운하우스’를 짓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에 따라 사업성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장의 한 관계자는 “일부 예정구역은 이미 조합원이 너무 많은 데다 토지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로 사업 자체가 좌절되면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재건축 사업장 혼란

단독주택 재건축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올해 8월 서울시가 건설교통부에 재건축 기준을 강화해 달라는 건의안을 제출하면서부터다.

다가구 다세대 주택 등이 전체 주택의 3분의 2 이상이고 지은 지 20∼30년이 지나야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점차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전체의 30% 이상이고 15년이 경과하면 사업 추진이 가능했다.

하지만 사업 예정지의 상당수는 이미 조합원 수가 늘고 지분 가격은 오를 만큼 오른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단독주택 지역은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면서 단독주택의 호가(呼價)가 3.3m²(1평)당 4000만∼5000만 원에 이른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도 재건축 계획이 확정된 지역은 3.3m²당 5000만 원대에 이르며, 확정되지 않은 지역도 30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구체적으로 재건축 계획이 잡히지 않은 서울 송파구 삼전동 다세대 주택도 1년 새 매매가가 1억 원 이상 오르면서 3.3m²당 3000만 원을 웃돌고 있다.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에 고층 아파트 대신 지상 5∼7층 규모의 저층 공동주택인 ‘타운하우스’ 개발을 유도한다는 서울시의 방침도 중요한 변수다.

저층형으로 짓게 되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령 3.3m²당 5000만 원인 토지에 20층 이상의 아파트 대신 5층의 저층형 타운하우스를 짓게 되면 토지 가격만 3.3m²당 최대 750만 원 이상 비싸지게 된다.

조합으로서는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이를 모두 분양가에 포함시킬 수도 없어 결국 사업 추진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 ‘재건축 완화’ 공약에 기대감도

서울시가 단독주택 재건축에 손을 대는 이유는 시 전체가 아파트 일색으로 변하는 것을 막고 도시 미관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는 서울의 주택 수급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관계자는 “사업 추진이 좌절되면 주거환경 개선을 기대하는 일반 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줄 뿐 아니라 주택 공급이 줄면서 집값 상승 압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요건이 강화되면 주거환경이 열악한 강북 지역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은 기존 기준으로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지만 이번 조치로 강북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대거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조치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주택정책과 맞지 않아 실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유엔알의 이재익 과장은 “강북 도심에 고층 건물을 지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차기 정부의 방향과 서울시의 정책에 다소 차이가 있어 향후 정책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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