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투자증권의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한 김모(28) 씨는 중국 하얼빈(哈爾濱)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왔다. 한국증권은 올해 처음 ‘현지 전문가 육성’을 목표로 김 씨처럼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해외 현지에서 중고교나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 7명을 선발했다.
○유학생-교포 등 현지 졸업자 모시기
국내 기업들이 구체적인 타깃 시장을 목표로 현지 출신 인력을 적극 채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해외 우수 인력을 찾던 기존 ‘글로벌 인재’ 채용 방식이 유럽에 이어 중국 동남아 인도 등 타깃 시장 중심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증권도 올해 10월 처음으로 해외 유학 석·박사 대상 채용 설명회를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열었다. 이 회사 인사 담당자는 “영국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미국에서 공부한 학생과는 시각이 아주 달랐다”며 “다양성과 국가별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내년에는 영국 등 유럽에서도 해외 인력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이 올해 확보한 30명의 해외 석·박사 우수 인력에는 호주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2명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기업들이 다양한 국가 출신 인재를 채용하려는 데는 해외시장 진출 때 현지 출신 인력이 유용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대를 졸업하고 2005년 포스코에 입사한 이경용(31) 대리는 줄곧 중국 스테인리스시장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0년 이후 연간 40명 안팎의 해외 석·박사를 채용하고 있으며, 이 중 유럽 중국 일본 등 3개국 출신이 절반 이상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2007년 해외 채용 신입사원 분포는 미국 대학 출신이 60%, 중국과 일본이 24%, 유럽 지역 대학 출신이 16%였다.
○본사에 외국인 채용도 늘어
현지 법인이 아닌 본사의 직원으로 외국인을 채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효성은 올해 4월 터키에 현지 법인을 신설하고, 터키인 1명을 본사 직원으로 채용했다. 올해 6월 베트남에도 진출한 효성은 곧 베트남 현지 인력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들이 특히 러시아 인도 출신 인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초 과학기술 수준이 높으면서도 인건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인도 중국 등에서 연구 인력 10여 명을 채용했다. 인도는 화학재료 개발 능력에서 전문성을 갖췄으면서도 인건비 부담이 적어, 현지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2000년 무렵까지는 미국 교포를 대상으로 해외 채용을 실시해 왔지만, 이후 미국 외 지역으로 현지 채용을 확대한 결과 국내 외국인 엔지니어 500여 명 중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미국 외 출신이 90% 이상에 이른다.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교육받은 교포 인력이나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특히 그들이 한국 기업에서 성과를 낼 경우 보상의 일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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