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아우디 등 소형-디젤모델로 중산층 수요 노려
《‘이제 더는 안방을 내줄 수 없다.’국산차업계가 내년 수입차와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성능과 디자인에서 열세를 보인 국산차들이 내년 수입차에 맞먹는 수준으로 향상됐다는 판단에 따라 가격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대등한 경쟁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수입차 회사들은 가격을 더욱 낮추고 모델을 다양화해 국내 자동차시장에 더 깊숙이 파고들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 수입차와 성능, 디자인으로 ‘맞짱’
현대자동차는 내년 1월 제네시스를 내놓고 수입차와 정면 승부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그랜저 등 국산 고급차를 타던 고객들이 수입차 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 목표다.
제네시스의 가격은 4500만 원 안팎으로 6000만∼9000만 원대 럭셔리 수입차군(群)을 겨냥하고 있다.
디자인에서부터 성능, 첨단장치, 편의장비가 고급 수입차와 충분히 경쟁할 수준이지만 가격은 30% 이상 싸기 때문에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내년 하반기(7∼12월)에는 첫 후륜구동 쿠페인 ‘BK’(개발명)를 내놓을 예정이다. 최고출력 200마력 이상인 2000cc급 터보차저엔진을 달아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소형 스포츠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또 유럽에서 폴크스바겐 골프, 푸조 307 등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은 ‘i30’에 2000cc급 엔진을 넣은 모델도 내놓아 수입 해치백 차종들과 경쟁을 붙일 계획이다.
내년 말에는 초대형 차인 에쿠스 후속 모델 ‘VI’(개발명)를 내놓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과 맞불작전을 벌인다. 가격은 5000만 원대부터 시작해 1억 원대 리무진 모델까지 나올 것으로 보인다. VI 역시 후륜구동으로 개발돼 승차감과 운전성을 높였으며 최고급 수입차와 맞먹는 각종 첨단장치가 들어갈 예정이다.
쌍용자동차는 내년 3월경 국내 최대 배기량인 5000cc급 체어맨W를 선보여 수입차가 독점하고 있는 4500cc 이상 초대형 시장에 진출한다. 벤츠와 기술제휴로 만들어진 엔진 및 7단 자동변속기를 비롯해 첨단장치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수입차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GM대우자동차도 GM의 계열사인 호주 홀든에서 대형 고급차인 ‘L4X’를 수입해 경쟁대열에 동참한다.
○수입차, 더 싸고 더 다양하게
수입차 회사들은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신형 모델이나 외관과 기능을 일부 변경한 개조모델을 들여오는 대로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입차 시장 성장에 따라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을 약간 낮춰도 수익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사용빈도가 낮은 편의장치를 빼고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10% 이상 낮춘 모델들의 발표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BMW와 아우디 등은 지금까지 수입된 적이 없는 소형차와 디젤모델을 추가해 자동차 주력 소비계층인 중산층으로 타깃 고객층을 확대한다는 전략이어서 내년 국내 자동차 회사들과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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