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각 경제연구소, 정부부처, 증권사들이 내놓은 경제 전망이나 미래 예측은 빗나간 것이 많다. 아무리 많은 자료를 수집해서 정밀하게 분석해도 ‘돌출변수’는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불과 하루 앞을 못 내다본 정책 결정도 있어 한국의 정보 수집 능력이나 분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아무도 몰랐던 미국의 ‘부동산 골병’
올해 여러 가지 경제 전망이 크게 빗나간 이유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가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8월 9일 유동성 과다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사상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기준금리인 콜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다음 날 프랑스 최대 투자은행인 BNP파리바가 서브프라임 사태로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져들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의 정보 수집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과 함께 한은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12월 “지난 2년 동안 지속된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점차 진정돼 올해는 매도 강도가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증권도 “외국인 투자가가 신흥 시장 내에서 한국 시장 비중을 확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로 ‘안전 자산 확보’에 나선 외국인 투자가들은 27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24조7000억 원 이상을 팔아 치워 한 해 사상 최대 순매도(매도 금액에서 매입 금액을 뺀 것) 기록을 세웠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주요 업종의 2007년 전망 조사’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해 낸드플래시 시장의 지속적 팽창과 지속적인 D램 가격 상승을 예상하며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아직도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시중 금리가 지난해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물경기 둔화, 채권 수요 증가 및 공급 감소 등이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금리 때문에 대출 이자 갚기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주먹구구식 세수(稅收) 전망과 시류(時流)에 편승한 증시 전망도 구설수에 올랐다. 재정경제부는 당초 올해 세수를 139조 원으로 전망했다. 9월 올해 세수가 150조 원으로 예상보다 11조 원 더 걷힐 것이라고 수정해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지수 고점(高點)을 1,600∼1,700대로 예상했지만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2,000을 돌파했다. 증권사들은 ‘헛발질’을 한 차례 더했다. 올해 말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일제히 2,00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최고 2,450 선까지 높였다. 그러나 하반기 증시는 조정에 들어갔고 2,000 선을 하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주식형 펀드 시장 규모가 17조 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46조4890억 원이던 펀드 시장 규모는 24일 현재 114조910억 원으로 67조6000여억 원이나 늘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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