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회사 기린의 이용수 사장은 오랜만에 만나는 옛 동창들에게서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시인이나 서예가가 돼 있을 줄 알았는데 식품회사 사장이라고?”
이 사장은 학창 시절 ‘문학소년’이었다. 중고교 시절에는 문학 동인회, 교내 문예반, 교지 편집반 등에서 활동했고 대학 시절에는 서도(書道)를 익히는 동아리에 들어가 붓글씨에 심취했다.
그는 지금도 틈나는 대로 직접 먹을 갈고 붓을 잡는다.
“방 안 가득 먹 냄새가 퍼지면 정서적으로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경영 문제로 고민하느라 조금씩 잃어 가는 겸양(謙讓)도 되찾을 수 있지요.”
전시회 계획이라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빙그레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저 이따금 한획 한획 써 내려가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에 만족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 사장에게는 전시회보다 더 뜻 깊은 꿈이 있다. 은퇴 후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가르치는 것.
“여덟 살 때 할아버지에게서 붓 잡는 법을 처음 배웠던 기억이 어렴풋해요. 저도 아이들에게 붓글씨를 가르치면서 점점 잊혀져 가는 충효(忠孝) 사상을 일깨워 주고 싶습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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