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통과돼도 반덤핑 제소 못 막아”

  • 입력 2007년 12월 28일 02시 57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중요한 선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은 물론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에 우호적이던 공화당 후보들까지도 ‘자유무역 때리기’ 발언을 잇달아 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20년 이상 통상전문 변호사로 활동해 온 도널드 캐머런 변호사와 줄리 멘도자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워싱턴의 달라진 분위기와 이런 변화가 한국 등에 미칠 파장에 대해 들어보았다. 두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이들이 소속돼 있는 로펌 트라우트만 샌더스의 뉴욕 사무실과 워싱턴 사무실을 연결하는 화상회의 방식을 통해서 이뤄졌다.》

보호무역주의 美대선 핵심 이슈 부상… 한국경제에 영향 미칠까

―왜 미국 정치권 분위기가 달라졌나.

▽멘도자=미국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자유무역의 가장 큰 수혜자다. 그런데도 경기가 악화되면서 갈수록 많은 미국인이 자유무역에 대해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후보들은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번처럼 무역정책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적이 없었다. 최근 미 의회에서는 미국 회사들이 외국 회사들에 대해 반(反)덤핑 제소를 할 수 있는 ‘보조금’의 정의를 바꿔 외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넓은 의미의 보조금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선 선두 주자 3명이 모두 이 방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캐머런=외환시장 개입까지도 ‘보조금’에 포함시키는 방안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이에 대해 미 재무부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선출되는 게 가장 중요한 만큼 다른 판단을 한다. 잘못 알고 있는 미국인들을 가르쳐서 자유무역의 미덕을 알리려고 하기보다는 일반 미국인들의 정서에 편승한다. 물론 대통령 후보들이 선출된 뒤에도 이런 견해를 고수할지는 다른 문제이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미국 철강업계의 로비를 받아 한국 등 외국철강회사에 고율의 보복관세를 부여한 바 있다. 반덤핑제소 등과 관련해 현재 미국의 움직임은 어떤 상황인가.

▽캐머런=미국이 무역 분야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반덤핑 제소와 상계관세 등의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함께 끼워 넣기로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미국 제조업체들이 외국 업체들을 문제 삼을 때 여러 국가를 한꺼번에 걸고넘어지는 것이 유리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국회와 의회를 통과하면 이런 문제들이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멘도자=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FTA가 통과되면 우리 변호사들의 일거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도 하더라(웃음). (두 변호사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한국 철강회사와 제지회사들의 반덤핑 문제 담당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FTA가 통과돼도 미국 회사들이 외국 경쟁업체들을 반덤핑 제소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예를 들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통과된 뒤에도 캐나다 목재업체의 미국 수출을 놓고 양국이 끊임없이 분쟁을 벌여 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한국 업체로선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나.

▽캐머런=우선 수출품목이 중국과 겹치면 미국의 반덤핑 제소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수출 가격을 항상 꼼꼼히 챙겨 미국 시장을 교란하고 미국 경쟁업체들을 자극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 점에선 한국제지회사들은 참 잘했다. 이들은 계속 미국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다. 그리고 미국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한국제지회사들이 미 상무부로부터 고급 인쇄용지(아트지) 반덤핑 무혐의 판정을 받은 것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던데….

▽멘도자=그렇다. 왜냐하면 한국이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취한 여러 가지 조치가 보조금이 아니라는 점을 미 상무부가 처음으로 공식 인정해 줬기 때문이다. 상무부는 과거에는 한국 정부의 이런 조치들을 특정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번에는 시장 친화적이고 투명한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앞으로 비슷한 분쟁이 일어날 경우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도널드 캐머런 변호사

△케니언대(1971년 졸업) △밴더빌트대 법대(1974년 졸업) △카에 숄러(로펌) 파트너(1997∼2007년) △트라우트만 샌더스(로펌) 파트너(2007∼현재)

▼줄리 멘도자 변호사

△터프츠대(1977년 졸업) △시카고대 법대(1981년 졸업) △카에 숄러(로펌) 파트너(1997∼2007년) △트라우트만 샌더스(로펌) 파트너(2007∼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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