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상품’ 신기술로 비상 꿈꾼다

  • 입력 2007년 12월 31일 02시 53분


‘세계 최강 미니기업’ 그 이후…‘잘만테크’의 2007도약&2008희망

3D모니터-게임용 마우스 등 틈새시장 공략 강화

한밤에도 해외 주문 폭주… 올해 매출 35% 늘어

“제품 품질이 좋아서 독일 기업인 줄 알았는데 한국 기업이었군요.”

PC를 켜놓고도 ‘잠잘 만큼 조용한’ 냉각기(쿨러·소형 팬을 돌려 컴퓨터의 열을 식혀 주는 제품)를 만드는 잘만테크는 세계 손수 조립PC 냉각기시장 점유율(30%) 1위 기업이다.

이 회사는 올해 동아일보에 연재돼 화제를 모은 ‘최소로 최고를-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 시리즈에 국내 기업으로는 다섯 번째(4월 17일)로 소개된 바 있다.

취재 후 8개월여 만에 28일 다시 찾은 잘만테크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었다. 이 회사는 2008년 새로 시작하는 2개의 신규 사업이 있고, 중국 선전(深(수,천))에 지은 쿨러 합작 공장이 내년 1월 제품 양산에 들어가는 등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내년 매출 목표 65% 늘려 잡아

최영찬(35) 잘만테크 해외영업과장은 제품이 선적에 들어가는 월말에는 해외 바이어의 전화가 빗발쳐 밤에는 아예 전화를 꺼놓는다. 제품을 하나라도 더 달라는 요청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내년에는 전화기를 꺼 놓는 일이 더 많을 것 같아 걱정이에요.”

2006년 404억 원의 매출을 올린 잘만테크는 2007년 35% 매출 신장에 이어 2008년에는 매출 목표를 65% 늘려 잡았다.

특히 이달 첫 계약을 하고 선적을 시작한 3차원(3D) 모니터 사업과 1월 출시하는 1인칭 슈팅 게임(FPS)용 마우스인 ‘FPS 건’ 사업 등 2개의 신규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의료용과 게임용으로 판매하는 3D 모니터는 5만4000개를, 마우스는 60만 개를 내년 판매 목표로 잡고 있지만 “이는 매우 보수적인 목표”라고 직원들은 귀띔했다.

○ ‘잘만스러운’ 제품 고집

2006년까지 잘만테크는 냉각기만 만드는 회사였지만 앞으론 신규 사업을 적극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65%의 매출 신장 계획 중 25%는 기존의 쿨러 사업에서, 나머지 40%는 신규 사업에서 이뤄 낸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이영필(59) 사장은 “신규 사업은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한 뒤 아이디어와 기술을 상품화해서 잘만테크가 가진 세계 52개국 64개 바이어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인 셈이다. 3D 모니터와 게임용 마우스도 이런 방법으로 상품화했다. 특히 남들이 잘 만들지 않는 제품, 틈새시장을 노리는 ‘잘만스러운’ 제품만 선정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 사장의 목표다.

○ 변함없는 고객 제일주의

새로운 변화가 많았지만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잘만테크 품질관리부는 11월 초 FPS용 총 쏘는 마우스인 ‘FPS 건’이 300만 번 이상 클릭하면 이상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크리스마스 시즌 판매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 온 이 제품은 원래 500만∼600만 클릭을 소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발견해서 수정했지만 12월 출시는 무리였다.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일부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잘만테크는 매출 증가 대신 고객의 신뢰를 택했고 제품 판매를 내년 1월로 미뤘다. 2005년 선적까지 마쳤던 신제품 쿨러 2만 개를 전량 폐기하고, 다시 만들어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았던 고객 제일주의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남영우(47) 상무는 “5명의 임원 중 대표이사 이영필 사장과 저를 비롯한 3명의 임원, 주요 과장, 생산직의 약 4분의 1이 모두 쥐띠여서 쥐해인 2008년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 인지도 높아진 ‘세계 최강 미니기업’

동아일보 기사가 나간 뒤 잘만테크는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고 다른 언론사의 취재 요청도 줄을 이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또 ‘한국 기업인지 몰랐다’는 반응도 많았으며 남 상무는 한 정부 기관으로부터 인사 관리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는 강연 요청을 받기도 했다.

잘만테크를 비롯해 ‘최소로 최고를-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 시리즈에 소개된 ‘작지만 강한’ 국내외 40개사는 대부분 기업 이미지가 훨씬 좋아졌고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7월 14일까지 6개월가량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이 시리즈는 시장경제와 기업 역할의 중요성을 잘 부각했다는 점이 인정돼 한국광고주협회가 주관한 2007년 ‘광고주가 뽑은 좋은 신문기획상’을 받았다. 또 ‘세계 최강 미니기업’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도 발간됐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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