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외길 자동차 인생을 걷다 지난해 12월 31일 정년퇴임한 이영국(61·사진) 전 GM대우자동차 사장에게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지금 한국 자동차산업은 분명히 위기예요. 그러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열심히 동분서주하다 보면 미래는 결국 바뀌기 마련이죠.”
중국의 추격은 빨라지고, 독일 및 일본과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불안과 낮은 생산성, 높은 임금이 자동차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 자동차 생산기술 수준은 일본에 3∼5년, 제품개발은 10년 정도 떨어져 있고 중국과 한국은 다시 그만큼의 차이가 있다”며 “문제는 일본은 짧은 기간에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 비해 중국은 2012년 정도가 되면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자동차기술의 중국 유출 사건과 관련해서는 ‘쫓아오는 속도보다 빨리 달아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퇴직 직원들이 나가서 중국이나 인도의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어요. 한국도 과거 비슷한 방법으로 미국과 일본의 기술을 흡수하기도 했지요. 핵심기술은 보안조치를 강화하고 기술개발을 촉진해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 나가는 방법밖에 없어요.”
후배 엔지니어에 대해 그는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일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을 너무 낮춰보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는 우리 기술 수준이 높아져 그럴 필요가 없다”며 “자기 능력을 믿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면 문제는 꼭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1973년 GM코리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사명(社名) 변경에 따라 새한자동차, 대우자동차, GM대우를 거치면서 직간접적으로 60여 차종 개발에 참여했다. 그는 앞으로 1년여간 미국 GM 본사에서 생산기술 자문역을 지낸 뒤 요트를 직접 만들며 노후를 즐길 계획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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