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올해 경제운용 빨간불

  • 입력 2008년 1월 4일 03시 01분


유가급등 → 물가불안 수출악화 소비둔화 → 성장률 악영향

국제유가가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가뜩이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가 올라 서민생활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소비 둔화 등으로 성장률에 악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4% 근접 가능성

당장은 물가가 걱정이다. 연간 2%대 상승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온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전년 동기 대비 3% 상승하더니 12월에는 3.6%로 껑충 뛰어 한은의 중기 물가 목표(2.5∼3.5%)를 넘어섰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환율 요인을 배제할 때 유가가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 답변에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상태로 (1년간) 계속 유지된다면 소비자물가는 0.45%포인트 오르게 된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한은은 올해 유가가 작년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소비자물가가 4%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경기가 하강하는 상황에서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작년 10월 이후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웃도는 상황에서 원유 도입 단가가 높아지면 무역수지는 더욱 악화된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로 57개월 만에 적자로 반전됐다.

또 기업들의 채산성이 떨어지게 돼 투자를 줄일 수도 있다. 여기에 소비 둔화까지 겹치면 경제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말 유가가 연평균 10%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3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게 되면 연평균 7% 성장을 목표로 ‘물가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새 정부의 경제운용 목표 달성은 더욱 멀어진다.

유가 10% 오르면 성장률 0.35%P 하락

하지만 변수는 있다. 현재 유가 오름세의 가장 큰 원인이 ‘약(弱)달러로 인해 투기자금이 원유 시장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즉 달러 가치 하락으로 원유 수입대금도 줄어들기 때문에 무역수지 악화의 충격도 약화된다. 또 수입물가가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 영향도 상쇄될 수 있다. 반면 최근처럼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 경색과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화 부족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원화 가치는 하락) 현상이 지속되면 고유가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크게 완화되지 않는다.

정부는 현재의 유가 급등세가 투기 요인, 산유국 정정(政情) 불안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며 10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가 유지되진 않을 것이므로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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