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펀드가 은행 소유할 수도

  • 입력 2008년 1월 4일 03시 01분


인수위, 금산분리 완화 본격 추진… 어떤 방안 논의되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일 금융감독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금산분리 원칙 완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키로 함에 따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의 지분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곧바로 허용하겠다는 내용은 아니어서 ‘금산분리 원칙이 무너졌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인수위는 7일 재정경제부 업무보고 때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보고받은 뒤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금산분리 원칙 완화 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 펀드의 은행 소유 허용될 듯

지금까지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연기금이나 펀드 또는 자금력 있는 산업자본이 이들 은행 인수에 참여할 수 없었다. 현재 검토 중인 금산분리 원칙 완화 방안은 △연기금이나 펀드의 은행 소유 △중소기업 컨소시엄의 은행 지분 취득 △산업자본의 소유한도 확대 등이다.

이 중 펀드나 연기금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산업자본이 직접 은행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벌이 은행을 사금고화한다는 논란을 피할 수 있다.

현행 은행법은 펀드나 연기금 등의 지분을 구성하는 기업의 자산총액이 2조 원을 넘으면 해당 연기금이나 펀드를 ‘비(非)금융 주력자(산업자본)’로 규정해 은행 지분을 4%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제한을 풀어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한을 없애면 싱가포르 DBS나 테마섹 등 종전까지 비금융 주력자로 분류돼 국내 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던 외국 투자회사들이 국내 은행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중소기업 컨소시엄의 지분투자도 검토

또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 지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은 특정 대기업이 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과도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인수위의 설명도 여기에 무게를 두었다. 장수만 인수위 경제1분과 전문위원은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컨소시엄, 특히 중소기업이 여러 개 합쳐 참여한다든가 하는 방법이 있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지역 상공인들이 자금을 모아 광주은행이나 경남은행 같은 지방은행을 인수하는 게 가능해진다. 하지만 중소기업 컨소시엄이 우리은행 산업은행 같은 거대 은행을 지배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설명에서는 기업의 은행 소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15%로 늘리는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근 삼성그룹의 비자금 사건 등을 고려할 때 이 방안은 당분간 시행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 국책은행 매각에 가속도

이런 방향으로 올해 중반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되면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의 민영화가 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연기금이나 펀드의 은행 지분 취득이 허용되면 국민연금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과정에 참여하거나 산업자본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국책은행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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